이스타항공 소속 기장이 운항 중 '문 열림'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객실 승무원에게 문 손잡이를 붙잡게 한 후 운항한 사실이 법원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스타항공은 기장에게 결함 보고를 받고도 항공기를 바로 정비하지 않고 재차 운항시켰고 문제가 불거지자 사무장이 작성한 안전보고서를 삭제하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1월9일 이스타항공 항공기를 조종, 인천공항에서 청주공항으로 가는 과정에서 주경고등 및 후방도어 열림 경고등이 두 차례나 울렸지만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객실 승무원에게 문 손잡이를 붙잡게 한 후 운항했다. 조 씨는 이같은 결함을 탑재용 항공일지에 기록하지도 않았다.

 조씨는 지난해 7월14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운항 중 발생한 모든 항공기 결함을 탑재용 항공일지에 기재하도록 한 항공기술기준을 위반했다'며 항공종사자 자격증명 효력 정지 30일 처분을 받자 서울행정법원에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사실오인(경고등이 켜졌다가 저절로 꺼지자 객실 승무원에게 후방 도어를 확인하도록 했을 뿐 손잡이를 붙잡게 한 상태로 운항한 바 없다)','법령 적용 위반(경고등이 켜졌다가 저절로 꺼지는 현상이 있었으나 항공기의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해 결함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재량 일탈·남용(운항 직후 정비사에게 사실을 고지했다) 등의 혐의가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씨가 사고 다음날 이스타항공에 보낸 이메일과 사무장이 당일 작성한 안전보고서를 토대로 청구를 기각했다

 조씨는 이메일에 '청주까지 얼마 멀지 않았으니 착륙할 때까지 도어 핸들을 잡고 가도록 지시함'이라고, 사무장은 안전보고서에 '원고가 후방도어를 확인해달라고 했고 착륙전까지 도어 핸들을 손으로 잡고 있었다'고 적었다.

 재판부는 이스타항공이 조씨로부터 보고를 받은 후 정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항공기를 운항케 하고, 안전보고서 삭제를 시도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사건 이후 청주에서 제주로 운항했는데 여전히 경고등이 들어오는 현상이 발생해 확인한 결과, 도어 핸들이 위로 올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승무원에게 이를 붙잡게 한 후 비행을 강행했다.

 제주공항에서 정비사는 문 손잡이에 테이프만 감는 미봉책을 취했고, 이스타항공은 제주에서 김포로 다시 운항한 후에야 정식 정비를 했다. 그 후 이스타항공은 사무장이 작성한 안전보고서를 삭제하려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김정숙)은 "항공기의 기계적 결함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아 정비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대규모의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점, 항공기 사고는 그 자체로 대형 참사로 이어지므로 항공기 조종사는 그 직무상 의무를 충실히 준수해야 할 필요성이 큰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재량권 범위내에서 이뤄진 적법한 처분"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