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전주정신 정립에 대한 연구결과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 22일 김승수 전주시장과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을 비롯한 각 분야별 연구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정신 정립’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유종국 교수(전북과학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보고회에서 역사와 철학, 문학, 예술, 방언·서지, 문화 등 각 분야 연구위원들은 그간 각자 연구해온 전주정신 연구에 대한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역사분야의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은 “전주는 문화예술이 발전한 풍류 도시”라며 “조선제일의 곡창지대와 통일신라시대 이래 천년도시로서 기반을 가지고 있었기에 풍류정신문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또한 “전주정신에는 ‘넉넉함’과 ‘포용’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조법종 교수(우석대, 역사분야)는 전주정신을 융합과 포용으로 정의했다.

그는 “비빔밥의 대동문화(大同文化) 역시 융합과 포용과 나눔의 배려정신”이라고 설명했다.

철학분야를 연구해온 김기현 교수(전북대)는 ‘사람이 하늘’이라는 말로 전주정신을 표현했다.

 김 교수는 “전주정신에는 생명을 중시하는 사랑과 의로움·예의·진리의 선비정신, 유희, 자유, 심미의식 등이 개입되고 자연친화적인 정신문화로서의 풍류정신, 동학정신이 내포돼있다”고 강조했다.

김승종 교수(전주대, 문학분야)는 “전주의 정신은 유연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미래를 견인할 수 있는 살아있는 정신이어야 한다”며 “한(恨)의 삭힘으로 부정적 사고를 긍정적 사고로의 전환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상생과 나눔의 정신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분야의 곽병창 교수(우석대)는 “판소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전주정신은 대상에 대한 공감과 궁금함, ‘끼어들기’를 통한 폭넓은 연민과 해학적 세계관”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주정신은 예술적 심미안과 공동체의식 등으로 요약할 수 있어, ‘저항’보다는 ‘풍류’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이태영 교수(전북대, 방언·서지분야)는 “전주는 호남의 수도이자 최고의 질을 자랑하는 완판본서적과 한글 글꼴의 다양성을 지닌 대중지향의 도시”라며 “여러 가지 정신문화 중에서도 방언에서 볼 수 있는 부드러움 속에 깃든 넉넉한 정신이 전주정신”이라고 표현했다.

끝으로 함한희 교수(전북대, 문화 분야)는 “삭힘과 관조의 미덕을 지니면서 정성과 배려가 있는 음식문화, 느림과 여유의 미학으로 예(藝)와 예(禮)를 숭상하는 풍류정신이 전주의 정신”이라며 “나아가 은근과 끈기가 전주의 정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앞으로 전주정신 정립을 위한 각 분야별 연구의 진행방향 등에 대한 자유토론 시간을 갖고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이날 “도시는 공간에 살고 일어났던 모든 기억들의 집합”이라며 “향후 10여년 정도의 오랜 시간을 두고 전주의 모든 기록들을 찾아서 전주의 기억들을 모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앞으로도 학술대회와 축조심의 등의 과정을 거쳐 전주정신을 정립해나갈 계획이며, 전주정신이 정립된 후에는 선포·확산을 통해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