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불행이 곧 잘 찾아온다. 물론 좋을 때도 있다. 인생길 자체가 행·불 교차의 연속인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자신에게만은 불행이 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불행을 안 만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고, 기적이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거다.
문제는 이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불행을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그 대처법이 주역 수천수(水天需)괘에 나온다. 수천(水天)의 형태는 글자 그대로 하늘 위에 물이 있는 상(像)이다. 이는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무튼 이 괘의 총개념을 압축정리한 단전(彖傳)은 이렇게 기록돼 있다. “수괘의 덕은 기다림에 있다. 위험이 앞에 놓여있을 때 사심없는 충정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아는 덕을 지닌다면 그 위험은 사라지고 광명과 함께 일은 순조로히 풀릴 것이다. 결국 때가 올 때까지 동요하거나 저돌하는 일 없이 자신을 굳게 지킨다면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다. 위험이 제거된 큰 강을 건널 때처럼 크나 큰 일을 결행해도 무방하다”라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행이 닥치면 몹시 당황하며 허둥댄다. 수렁이나 진흙 속에 빠져있는 상황인데 차분히 대처하기 보다 마구 허우적거리다보니 더욱 깊게 빠져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성을 잃고 조급해져 판단력이 흐려진다. 사실 바로 이 때가 신중해야 할 때다. 사람이란 금방 죽을 것 같지만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게 아니다. 정신만 차리면 산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옛말도 그래서 나왔다.
주역 수괘의 가르침도 ‘차분한 기다림’이다. 일단 한 발 물러서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신중하게 대처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가르친다. 저 유명한 경신불패(敬愼不敗-敬을 여기서는 警으로 봐 ‘늘깨어 경계하고 조심하면 결코 패함이 없다’는 뜻)라는 말도 여기서 나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업실패, 이혼, 실직, 사별 등등 각종 불행에 처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터다. 지금은 세상이 무너지고 앞이 캄캄해 도저히 소생의 길이 없어 보일 테지만, 그래도 차분한 기다림 속에 길을 찾다 보면 어느 덧 광명에 이른다는 게 지혜로운 선인들의 가르침이다. 아무튼 절망에 빠진 자들이여, 두 손 번쩍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깊게 호흡하면서 두 주먹 불끈 쥐고 일어나라. 길은 반드시 있다. / 서재철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