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와 듀폰이 지난 6년간 미국 법정에서 진행해 온 아라미드 섬유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섬유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로서는 높은 배상금 및 벌금이 당장은 부담일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막대한 소송비용을 아끼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연간 2조원 규모의 아라미드 섬유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매출 및 영업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배상금 규모가 적지는 않지만 6년간의 소송 종결로 얻을 수 있는 기업 가치 제고 효과 역시 만만치 않다"며 "높은 배상금을 감안할 때 분납 및 아라미드 생산·판매의 무조건적인 허용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코오롱그룹 내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갖고 있는 위상을 고려할 때 M&A와 패션 분사 등 레버리지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오롱의 배상금과 벌금은 각 2억7500만 달러(약 2939억원)와 8500만 달러(약 908억원) 등 총 3억6000만 달러(약 3845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코오롱 관계자는 "관련 보도 및 소송에 대한 어떤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코오롱은 2005년 '헤라크론'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아라미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라미드 섬유는 강철보다 강도가 5배나 높고 열에도 강한 합성섬유로 방탄·방한·방열복과 항공우주 분야에 주로 사용된다. 섬유 업계에선 '꿈의 소재'로 통한다. 이 시장은 현재 듀폰 '케블라'와 일본 데이진의 '데크노라' 등이 선도하고 있다.

 듀폰은 "코오롱이 듀폰에서 퇴사한 엔지니어를 고용해 아라미드 섬유 브랜드 '케블라'의 영업비밀과 기술을 빼돌렸다"며 2009년 2월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동부지방법원은 2011년 11월 코오롱에 9억1990만 달러(약 9832억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연방항소법원은 "코오롱의 주장과 증거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며 재심을 명령, 다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2012년에는 1심 재판부가 코오롱에 아라미드 생산·판매 금지 명령을 내려 코오롱 구미공장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생산·판매 금지에 대한 코오롱의 긴급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생산라인은 재가동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코오롱이 총 3억6000만 달러의 배상금 및 벌금을 지급하고 소송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연방지방법원은 30일(현지시간) 공판을 열고 코오롱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결정할 예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