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많이 눈이 내리는 지역은 어디일까. 그걸 알려면 나에게 공부가 필요하다. 나는 기상캐스터도 아니고 기상대에 근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날씨에 관한한 아마추어 축에도 못 낀다. 나는 그저 보통 사람이고 보통 시민일 뿐이다. 그래도 울릉도가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인 것쯤은 안다. 어떤 사람은 울릉도가 섬에 불과한데 고장이라고 불러주느냐고 고개를 갸웃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에게 나는 울릉도가 먼 옛날에는 우산국이었지 않느냐며 밝게 웃어주고 싶다.
@울릉도 사람들은 지혜롭다. 눈에 관해서는 확실히 뭍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지혜롭다. 울릉도에는 많은 눈이 내린다. 얼마 전에 호남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고, 경북의 포항에도 많은 눈이 내렸지만 울릉도에 비하면 약과이지 싶다. 뭍에서는 눈이 10cm만 내려도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하고 20cm만 내려도 수십 년 만의 폭설이라며 호들갑을 떨지만 울릉도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울릉도 사람들은 환경 적응의 모범사례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그걸 자랑하지 않는다.
@경북의 울릉도 기상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울릉도에는 172.2cm의 눈이 내렸다. 울릉도에는 해마다 많은 눈이 내리는데 지난 2000년도에는 194cm의 적설량을 기록했고 2004년도에는 183cm의 적설량을 보였다. 올해도 많은 눈이 내렸음은 물론이다. 울릉도는 지난 며칠 간 내린 눈으로 평균 64cm의 눈이 곳곳에 켜켜이 쌓여 있다고 한다. 그쯤 되면 눈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 나올 법도 한데 주민들은 조용하다. 일주도로가 산간지역인데도 교통통제조차 없다. 4륜구동 제설차 세대가 다 해결해주고 있는 것이다.
@청마 유치환 시인은 울릉도를 국토의 애달프고 호젓한 막내라고 노래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유비무환의 지혜를 보고 있노라면 생각이 달라진다. 집을 아주 튼튼하게 지어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울릉도 단상은 거기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장자의 기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존경으로 매번 끝나고 있다. / 논설위원 이 희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