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삼천 인근에 대량의 골재를 불법 채취하고 남은 깊이 30m, 학교 운동장 10배 규모의 거대한 물웅덩이 2곳이 10년 넘게 방치돼 각종 폐기물이 내뿜는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불법 골재채취로 농지가 거대한 물웅덩이로 변해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는 농민들은 몇 년째 복구를 요구하고 있지만, 관할관청인 전주시와 전북도는 책임 떠넘기로 일관해 복구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9일 전북도와 전주시 완산구청에 따르면 지난 1993년 골재채취업자가 전주시 완산구 중인동, 원당동 일원 87ha(87만㎡)에 사금채취를 위한 조건부 ‘채광계획인가’를 받았으나, 불법으로 대량의 토사를 채취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지역주민들은 골재채취업자가 10년이 넘게 반출한 토사와 골재는 100만루베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잇다.

사금 채취 허가를 받고 불법으로 골재를 채취해 팔아먹은 골재채취업자에 주민들의 원성이 커지자 전북도는 2010년 광업권 허가를 취소했다.

10년이 넘게 관할관청의 관리 사각지대에서 불법으로 대량의 골재를 채취해 무단 반출한 현장은 이제 7만822㎡ 규모의 거대한 물웅덩이 2곳만 남아 건축 쓰레기와 폐자재 등이 뒹그는 쓰레기장으로 전락했다.  

특히 이 지역은 전주시가 야침차게 복원을 추진하는 삼천 생태하천과 바로 인접해 쓰레기 침출수 등이 삼천에 그대로 흘러들어 심각한 하천 오염원이 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수년째 토지 임대료도 받지 못했고 농사는 커녕 재산권도 행사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골재채취업자에 채광인가를 내준 전북도와 전주시 등 관계기관에 수차례 복구를 요청했지만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회피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또 중인동과 원당동 일대 농지 한가운데 수년째 거대한 물웅덩이가 방치되면서 밤사이 각종 건설 폐기물과 생활쓰레기 등이 불법으로 버려지면서 코를 찌르는 악취로 그나마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에도 농사를 짓기 힘든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같은 주민들의 고충에도 전주시와 전북도는 골재채취업자에 복구 책임이 있는데 부도를 내고 잠적한 상황이라며 주민들의 복구 요구에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전주시 완산구청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복구 책임은 골재채취업자에 있고, 골재채취업자가 복구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전북도가 인허가기관이기 때문에 전주시에는 책임이 없다”고 발뺌했다. 

전북도 관계자 역시 “당초 골재채취업자에 사금채취를 위한 조건부 ‘채광계획인가’를 내줄 때 전주시와 협의를 거친 내용이다”며 “채광인가가 아닌 불법으로 대량의 골재와 토사를 채취해 팔아 거대한 웅덩이가 만들어졌는데도 이를 막지 못한 전주시에 책임이 있다”고 떠넘겼다.

한편 전북도와 전주시의 대책없는 방관에 주민들이 지난해 10월부터 자체적으로 웅덩이 복구대책위원회를 구성, 불법 쓰레기 투척 등을 감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용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