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대를 이어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2군 건설업체 A모 대표는 최근 설계팀을 따로 설립하고 기술사 3명과 고액의 연봉계약을 체결했다.또 원가분석팀과 기술개발 팀을 대폭 보강하고 실험실도 별도로 신설했다.

수주난에 신음하고 공사를 수주해도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에서는 적자시공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윤을 보장받을수 없어 직원들 월급주기도 빠듯한 현재의 도내 건설시장에서 1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추가 투입되는 이 같은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A사장은 현재는 어렵지만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이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도내에서 추진되는 대형 국책사업을 외지 대형업체들이 독점하고 있고 지역 업체들은 숟가락조차 얹지 못하는 불행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저가낙찰에 대한 부정적인 면만 탓할게 아니라 이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A사장의 과감한 투자를 부른 배경이다.

최근 실적공사비 확대 및 발주기관의 예산 절감 등으로 인해 적정공사비 확보가 빠듯한 현장이 늘어나고 있어 최저가 입찰 대상공사인 300억 원 이상의 현장에는 지역 업체가 적응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자칫 적자가 발생할 경우 초기 설계비 투자비를 날리는 것은 물론 적자 분까지 물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공사에 지분을 갖고 참여하라고 해도 섣불리 발을 담글 수 없는 게 지역 업체들의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종합건설사 조차 이같은 상황에서 하도급사들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실행가격이 60%대에 낙찰되는 게 보통인 최저가입찰에서 하도급 과정에서 또 다시 가격 경쟁을 벌려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체의 하도급을 받았다는 기쁨도 잠시일뿐 결국 적자시공에 따른 손해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결국 적정공사비 확보 문제가 최저가 현장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산업 전반의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도내 건설산업을 외지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업체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게 A사장의 조언이다.

신음하고 있는 지역건설업계를 회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정부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지만 지역 업체들도 업체수 난립에 따른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업체 스스로의 기술개발과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는 것.

이에 앞서 지역 업체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기 까지는 도내 건설시장의 외지 대형건설업체의 잠식을 막기 위한 발주처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

도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새만금 내부개발 등 굵직한 사업은 공구별로 최소한 1000억 원을 넘고 있어 지역 업체들의 참가가 어려운 현실.

이에 따라 공사규모를 최대한 국제입찰 규모 이하인 222억 원 미만으로 분리 발주해 지역 업체 공동도급을 의무화해야 하고 그 이상 금액 공사의 경우 지역 업체와 공동도급을 위한 가점제 적용이 요구되고 있다.

건설협회 전북도회 윤재호 회장은 “침체된 지방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와 공기업에서 발주 계획에 있는 일정규모 이상의 공사는 지역 업체가 100%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분할하고, 공공주택 등 민간건설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부동산 활성화 등 다각적인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