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시내버스를 탄 것은 1960년대 익산시에서였다. 그때 나는 중학생이었다. 시내버스에는 콩나물시루보다 더 촘촘하게 승객을 승차시키고, 운전사가 갈지자로 곡예운전을 하면 앞뒤에 위치한 차장은 재빠르게 승객을 버스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그러면 여기저기에서 “아이고! 아이고!” 신음소리가 났다. 시내버스는 아랑곳 하지 않고 유유히 달려갔다. 사람이 죽는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세상이었으니까. 전설 같은 이야기지만 버스 한 대에 200명이 넘게 탄다는 말도 있었다. 150명은 보통이었다. 가방까지 들고 타니까 유리창에 얼굴이 맞닿기도 하였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차장은 요금을 받는다고 승객들을 이리밀치고 저리밀치고 야단이었다. 그래도 거스름돈까지 바꾸어 주며 현찰요금을 받아 내는 것을 보면 눈썰미가 대단하였다.
 
 전라북도에서 전주시가 제일 먼저 시내버스가 다녔고, 군산시와 익산시는 거의 같은 무렵에 시내버스운행이 시작되었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시내버스 요금은 5원 이었나 싶다.
 
 나는 그 당시 시내버스를 처음 타 본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설레고 있었다. 어쩌면 소풍 가는 전날, 운동회 전날 보다 더 크게 심장이 뛰었다. 등교 시에는 수업시간을 맞추어야 하니까 하굣길에 시내버스를 타려고 마음먹었다. 수업시간 내내 시내버스 타는 생각뿐이었다. 그 누구도 나의 설레는 마음을 눈치 채지 못했다. 학교에서 우리 집까지는 십리가 조금 넘었다.
 
 지금처럼 버스승강장이 꼭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때그때 글자 그대로 운전사의 재량이 너무 많이 주어져 있었다. 시내버스의 매력은 거리가 가깝거나 멀거나 요금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시내에서는 학교와 시장에 승강장이 설정되어 있었지만, 시골길은 신작로를 따라 마을이 있으면 멈추었다. 중학교에서 500m 걸어서 시내버스에 승차하였다. 학생들은 거의 비슷한 시간에 수업이 끝나니까 버스는 학생들로 북새통이었다. 일반 승객은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이 시장 다녀오는 아주머니와 술에 취한 아저씨들이었다. 학생들도 지금처럼 등에 매는 가방이 아니라 손가방에 책과 노트, 그리고 참고서, 잉크와 펜까지 가지고 다녔다. 잘못하여 잉크가 엎질러져 하얀 교복을 버리곤 하였다. 그러면 잉크 지우개(요즘 표백제)를 구입해서 지워도 노리끼리하게 흠집이 그대로 남았다. 
 
 참으로 콩나물시루처럼 만원 버스에 승차해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차창 밖은 당연히 볼 수 없고 앞 사람 뒤통수만 보이기 때문에 어디쯤 가고 있는지 짐작도 못했다. 그저 대충 계산하여 내리면 그만이었다. 
 
 겨우 몸부림을 치며 내리고 보면 우리 마을은 이미 지나서 한 참을 더 왔다. 아마 1㎞는 왔던 길을 걸어서 되돌아가야 했다. 자갈길을 걸어가자니 운동화 속이 물에 빠진 것처럼 미끌미끌하였다. 중학생은 교복에 모자, 운동화를 착용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말이 운동화지 요즈음 운동화와는 비교가 안 되는 고무신이나 다름이 없었다. 
 
 신작로의 위험은 안개 같은 먼지가 아니라 자동차 바퀴의 에너지를 전달받은 돌멩이가 튀어서 사람을 충격하는 일이었다. 머리에 맞아서 기절하지 않는 한 병원은 생각도 못하였다. 빠른 걸음으로 걸었더니 십여 분 남짓하여 집에 도착하였다. 가방을 마루에 내려놓고 손을 펴 보니 시내버스 요금 5원이 꾸기어져 있었다. 시내버스 요금을 내지 않고 귀가한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55년이나 지난 기억이라서…
 
 요즘 이따금씩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기사 중에는 아주 오래 전에 기차를 무임승차하고 철도청에 요금을 보냈다고 해서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나는 시내버스 요금 5원을 어떻게 처리해야 장안의 화제가 될까하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다. 지금은 화폐 인플레이로 5원은 돈 구실을 못하고, 그 시절 시내버스 회사는 없어진지 오래다. 또 시대가 변해도 너무나 많이 변했다. 그래도 궁핍했던 시절의 우리 교통문화가 우리의 기억에 남아서 숨 쉬고 있다. 아니 숨 쉬게 하고 싶다. 이렇게 편리한 세상에 행복지수가 낮아 자살과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니, 행복은 생활수준과 문화향상에 비례하지 않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상 우/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