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중견 건설업체인 A사는 지난 해 말 자본금 기준 12억원을 맞추려고 사채를 10억원을 60일간 빌렸다.

 이에 따라 이 회사가 대부업체에 지불해야 할 이자는 6000만원. 통상 사채 이자는 1억원당 500만원인데 지난 해 말에 자본금 기준일에 임박해 사채를 빌려 이자 부담이 늘어났다.
 
 전문건설업체인 또다른 A사는 철근·콘크리트공사업 및 상·하수도설비공사업, 토공사업을 등록할 때부터 자본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친지와 지인을 통해 빌렸다.
 
 이후 연말마다 자본금 기준일이 다가오면 기성금 부족할 때마다 사채로 부족한 자본금을 메우고 있다.
 
 자본금을 일시적으로 차입해 등록기준을 맞추는 행위를 막기위해 강화된 ‘건설업 관리규정’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사채업자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
 
 사채를 통해 일시적으로 자본금을 충족하는 잘못된 관행은 오래도록 종합과 전문건설업에 너나 할것 없이 이뤄지고 있으며 과다한 이자지출은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고 있는 도내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것.
 
 정부는 지난 2010년 11월부터 자본금 및 기술능력 등 건설업 등록기준 충족 여부에 대한 심사기준과 사후관리를 강화한 ‘건설업 관리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무제표 또는 진단보고서상 예금의 경우 일시적 예금인 지를 확인하기 위해 종전에는 30일간의 은행거래내역을 보았으나, 60일로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출처가 불분명한 예금에 대해서는 60일간의 은행거래내역을 확인함으로써 사채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자본금 기준을 충족한 뒤 되갚는 편법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나, 시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3년마다 실시하는 건설업 주기적 신고시 재무제표상 부실 자산 혐의가 있는 업체가 제출하는 진단보고서의 진단기준일을 주기적 신고하는 달의 직전월 말일에서 직전 회계연도말로 변경했다.
 
 이는 주기적 신고의 기업진단기준일을 세법상의 재무제표 결산일과 일치시켜 재무상태 조작을 어렵게 함으로써 직전년도의 재무제표상 자본금 미달인데도 불구하고 주기적 신고시 사채 등 일시적 자금조달을 통해 자본금을 충족하는 관행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예금과 마찬가지로 유가증권 및 국공채 채권 등 다른 현금성 자산에 비해 조달이 쉬운 사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자본금의 출처를 확인하거나 건설사가 세금 납입에 대한 해명 처분을 받으면 이를 자본금으로 산정하는 등의 개선이 요구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은 최초 등록 단계부터 실질적인 자본금을 갖추고 시작하는 회사가 거의 없다”며 “이후 결산시 자본금 등록기준을 맞추거나 주기적 신고시 일감이 있으면 기성금으로 조달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가까운 지인이나 사채로 부족분을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그나마 최근 ‘건설업 관리규정’ 개정으로 판매용 신축 건물과 자기 소유의 본사 건물을 임대하는 경우 자본금으로 인정받고, 대물로 받은 공사대금과 매출채권도 2년간 실질 자산으로 인정받아 숨통이 트였다”며 “하지만 수주난이 지속되고 한계 상황에 봉착한 건설사들이 많고, 이들은 제도권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사채업자만 배불리는 현상이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