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연습은 없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 인생이란 한뉘에 단 한 번 주어지는 삶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주어지는 이 소중한 한평생의 삶! 누구에게도 멈춤을 허락하지 않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노화를 향한 발달을 하고 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노화를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늦깎이 대학생의 교양수업시간. 종종종 걷는 발걸음이 귀엽기까지 한 젊은 교수님이 건네준 종이 한 장. ‘인생설계도’를 적으라신다. 배움, 여가, 여행, 가족, 인간관계, 경제력, 직업, 신체 등으로 나누어진 칸을 채우는 일이다. 생애진로 계획을 위한 인생의 로드맵을 설계함으로써 자기 이해를 증진하고, 인생의 가치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 자기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인생살이에서 확실하게 목표설정을 하는 것과 두루뭉술하게 사는 것과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기에 자신의 인생 진로와 생애역할을 이해하고 인생가치관과 태도를 알아봄으로서 스스로 인생항로를 디자인해보는 것이다.
 
 정성을 다해 빈 칸을 채워 가면서도 왠지 모를 서글픈 감정이 뭉클거려 한참이나 마음이 흔들렸다. 철 알고 난 후, 한 날 한 시도 허투루 살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을 하지만 5년 후면 환갑을 맞는 나이라는 게 새로운 인생설계를 하기에는 아무래도 걸림돌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 나이에도 배우고 싶은 건 한이 없고 배워야 할 건 끝이 없으니. 앞뒤로 나이 창창한 어린 동기들이 의기양양 한데 주름살투성이 이 나이에 무슨 인생설계를 한다고. 그러나 삶이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 바로 오늘을 사는 것에 충실하기로 한다. 
 
 무엇이나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좌우명처럼 생활 속에 껴안고 늘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애썼다. 내 인생에 관해서도 퍽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참 다행스럽게도 주어진 상황에 불만보다 극복하려는 다짐을 먼저 하였다.
 
 노인력(老人力)이란 말이 있다. 나이 들어 갖게 되는 힘. 노인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 나이가 많아 걱정일 때, 나이 들어 노인의 힘이라는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되었다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혈기왕성할 때 신바람 휙휙 날리던 그 기운일랑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현실을 다독거리는 바탕으로 삼자.

 건망증으로 잊기를 잘하면 나쁜 것과 싫은 것을 잊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걸로 가름하자. 젊음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 나이 들어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인생 제2막 설계를 알뜰히 꾸며보자.
 
 나의 목표는 일을 계속 하는 것이다. 물론 젊은 사람도 많은데 무슨 일거리 타령인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은 노동의 질이 다르고 노동의 목적도 다르다. 서구에선 고령자 재취업을 시행하고 있다. 나에게 공부도 일도 행복하고 알뜰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이 다행이다. 이제 앞으로 맞이할 남은 인생을 철저하게 목표를 세워 인생을 꾸리도록 해야 한다. 환갑이란 출생으로부터 60년을 살고 나서 육십갑자 인생을 새로이,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생애진로 시간을 통해 인생목표설정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 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데 비록 모자람투성이지만 내가 가진 장점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자. 활용하지 않고 낭비한 재능은 그늘에 놓인 해시계와 같다고 벤자민 프랭클린이 말했다지. 나는 뛰어난 재능이나 좋은 조건을  타고 나지 못 했다. 그렇지만 끈기와 인내력이 강한 편이며 열심히 노력한 덕으로 잘 하는 게 꽤 많다. 자신을 격려하고 다독이며 스스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 갈채를 보낸다. bravo my life라는 노래처럼 말이다.

 김 춘 자/전북문협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