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연재>깡패와 굿패 2부 '굿패와 무당'(11) - 장원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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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놈이 커서 제 장구를 물러 받을 것입니다요, 상쇠어른.”
강병도가 남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우리 명희도 당골래를 받을 것입니다요. 허허허.”
박규환도 명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야, 우리 고창 굿패의 동량들이그만이, 허허허. 건강허니 잘 크그래이.”
상쇠 어른은 주머니에서 10원 지폐를 꺼내 남준과 명희에게 두 장씩 나눠줬다.
“아이고 어르신, 너무 많습니다요.”
강병도가 얼른 손을 내저었으며 말했다.
“아니야, 이 아이들이 얼마나 수고를 했는데 그래. 허허허.”
남준과 명희는 상쇠 어른에게 얼른 허리를 숙이고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해방이 되자 꾹 눌려 있던 우리네 것들이 숨을 되찾아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굿패도 생기를 얻어 마을의 여러 행사에 초청되었다. 특히 고창은 굿패의 활동이 더 활발했고 많은 사람들이 굿을 치는데 적극적이었다.
마을마다 동네마다 굿을 치는 사람들이 많았고, 집집마다 꽹과리는 물론 징이나 장구 등 굿을 치는 악기 하나쯤은 마루 기둥이나 벽에 걸어두고 수시로 흥이 나거나 경사가 있으면 연주하곤 했는데 당시 젊은이 건 늙은이 건 누구나 장구나 꽹과리쯤은 칠 줄 알았다.
굿을 치는 사람과 무당은 한줄기처럼 늘 맞물려서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무해주는 역할을 해왔는데, 겉으로는 당골래 패거리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면서도 뒤로는 그들의 활동에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곤 했던 것이다.
무장면에서도 해방 전에 암암리에 시행했던 용당기 놀이와 칠거리 당산제를 더 적극적으로 거행했다.
무장읍의 일곱 개의 거리인 서시거리(서시리), 정거리, 사죽리(솟대거리), 시거리(동시거리), 상성리(상거리), 중거리, 하거리에서 정월대보름에 제를 지내고 칠월칠석날 여러 거리의 주민들이 합동으로 당산제를 지낸 뒤에 용당기와 만나 굿을 치며 마을을 돌고 줄다리기를 한 다음 입석 당산에 줄을 감는 행사를 거행하였다.
이때도 굿패들은 초청되어 신명 들린 굿 연행으로 묶은 액운을 날려버리고 만복과 건강이 온 동네를 가득 채울 수 있도록 땀을 흘려줬던 것이다.
봄이 막 무르익어가던 무렵, 서울을 다녀온 남준의 아버지 강병도가 보자기에 싸인 장구를 마루에 내려놓으며 아버지를 맞이하려 방에서 나온 남준과 남주에게 소리쳤다.
“이 아버지 굿패가 말이다. 장원을 해버렸다! 장원을 해버려!”
방금 당골래 손님을 보내고 측간에 다녀오던 신동댁이 입을 떡 벌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뭐라고요? 장원이라고요!”
“그래. 우리 패가 특등상을 타버렸다니까!”
“정말요, 아버지!”
아버지 강병도는 전북 대표팀의 구성원이 되어 서울 창경원에서 열린 전국농악대회에 출전했던 것이다.
“도 대표팀에 발탁된 것도 자랑할 일인데, 서울에 가서 특등상을 받아버렸다고요?”
“아 참내, 내가 거짓말하는 것 같아? 아 연기댁에 가서 물어보라고. 방금 요 앞에서 규환이랑 헤어졌으니까.”
“와, 우리 아버지 최고!”
자신이 전국대회에서 특등상을 받은 양 남준은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좋았다. 전국대회에 나가 큰 상을 받은 사람이 다름 아닌 자신의 아버지이고, 그 아버지 밑에서 굿을 배운다는 사실이 너무도 가슴 벅찬 일이었다.
“게다가 말이야, 전라북도 소속 굿패 사람들 중에 이곳 고창사람이 반절이나 되었다니까, 글쎄.”
“와아, 정말 대단하네요. 경사도 이런 경사가 없네요, 정말.”
“우리 고창 굿이 우리나라에서 제일이라는 거잖아요?”
“그러게 말이다. 허허허.”
강병도는 일부러 턱을 하늘 높이 딱 쳐들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너털웃음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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