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에세이]한자교육(漢字敎育)
@예전에 대학생들의 한문 실력을 조사한 결과에 실망스러워했던 적이 있다. 한국 최고의 사학이라면 연세대와 고려대를 꼽는다. 두 학교는 아무나 들어갈 수가 없고 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명문이다. 그리고 두 학교는 그래왔던 역사가 깊다.
@대학생들의 한문 실력을 조사한 결과에 실망한 적이 있다고 하면서 두 사학을 언급하는 이유가 있다. 두 학교의 대학생들을 상대로 모 기관이 한문 실력 테스트에 들어갔는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그것은 지금 생각해보아도 어이가 없는데 그 어이없음의 내용은 이렇다.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경우를 보자. 고려대학교 학생이라면 하나같이 수재일 터인데 자기가 다니는 학교명을 한자로 써내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높을 고(高), 고울 려(麗). 다른 한자에 비하여 비교적 획수가 많아서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운 글자겠지만 시험 대상자들이 초등학생이 아니고 대학생임에랴. 그들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다른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데 조사 대상이 된 학생들만 한자 실력이 없었나보다고 두둔해주기엔 뜻있는 이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연세대학교의 학생들도 오십보백보의 수준이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의 학생들도 자기가 다니는 학교의 한문이름을 써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연세대학교 (延世大學校). 이 다섯 글자가 그 젊은 대학생들에겐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후에는 더 어이없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교 신입생들도 한문 실력이 엉망이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한자 문맹이라고밖에 달리 줄 말이 없었던 것이다. 한 일(一)자에서 열 십(十)까지 써보라는 것이 시험이었는데 그걸 제대로 못쓴 학생이 절반가량 되었다. 대부분의 학생이 여섯 육(六)에서 막혔던 것이다. 여섯 육자가 드물게 쓰는 글자이고 또 획수가 많다면 백 번을 양보해서라도 고개를 끄덕여 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지 않는가. 옛날 같으면 두세 살 바기 꼬마라도 눈감고 써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한국을 이끌어갈 인재들의 한문 실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아니다. 부끄러움을 말할 때가 아니다.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그 조사가 십년 전에 있었던 일이니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게 볼 일이 아니다. 오늘날 고등학생들의 한문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은 TV의 퀴즈 프로그램을 보아도 알 수가 있다. 학생들이 한문 문제에서 대거 탈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한문은 우리글이 아니고 중국의 글이라고. 더러 그런 언급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단견이 아닐 수 없다. 한문은 엄연히 우리의 글이다. 그런데도 한문이 오늘날 홀대를 당하고 있음은 슬픈 일이다. 한문이 계속해서 외면을 당하고 있는데 고쳐 생각해야 한다. 한글 단어의 80% 정도가 한자어로 돼있음을 안다면 한자 교육을 소홀히 해도 된다고 고집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한문을 읽을 때 우리 식으로 발음하여 읽는다. 중국 사람처럼 발음하여 읽는 게 결코 아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하여 심사숙고해야 한다. 영어 단어만 많이 아는 바보를 양산하는 것이 선진국가로 가는 길은 아니다. 중국을 알기 위해서도 한문 교육은 필수적이다. 물론 우리의 한자 표기가 중국인들에게 곧바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더구나 중국은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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