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연재>깡패와 굿패 1부 '깡패와 장구' 10 - 1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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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이면 적은 돈이 아닐 텐데…….’
박창수도 쉽게 당겨오지 않는다.
“전화를 준 걸 보니, 내가 필요하긴 필요한 모양입니다.”
‘…….’
“하지만, 그쪽이 누군지도 모르고…… 또 왜 사람을 죽여야 하는지도 모르고…….”
‘목소리를 들어서 알겠지만 나는 나이를 좀 먹었소. 그리고 마음이 있다면 강용대의 인적사항을 알려줄 수 있소. 어떻소? 생각이 있소?’
“그쪽은, 어디에 사시오?”
‘고창에 살고 있소. 나이가 일흔이요.’
고창에 살고 있고 나이가 칠십이다? 고창에 살고 있는 사람이 무슨 대단한 원수진 일이 있어 사람을 죽여 달라는 것인가. 나이가 칠십이나 된 늙은이가 누구에게 원한이 있단 말인가. 혹시 치매?
“나이가 일흔이나 된 양반이 무슨 원한이 있어서…….”
‘그런 건 묻지 마시오. 강동식 씨는 사람만 죽여주면 되오.’
말하는 걸 들어보니 치매는 아닌 것 같은데.
“강용대의 인적사항이나 알려주시오. 알아보고 결정하겠소.”
박창수는 강용대가 살고 있는 주소와 나이, 얼굴 생김새와 키, 몸무게를 대략적으로 말해줬다.
강용대의 나이는 무려 85세였다. 가만히 놓아둬도 내일모레면 세상을 하직할 노인을 거금 10억 원을 바쳐가면서까지 죽이려 하는 것일까.
세상 이치에 따라 순리에 맞게 자연사하는 걸 막고 의도적으로 목숨을 끊어놓아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원한이 크다는 것인가.
박창수도 나이가 70이라고 했다. 85세와는 차이가 있지만 그도 살날이 그리 넉넉히 남아 있는 사람은 아니다. 이승에 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끼리 무슨 원한이 그리 깊은 것일까.
휴우……. 동식은 한숨을 내쉬어 생각이 옆길로 새려는 걸 막았다. 남이야 콩으로 메주를 쓰든 뭐를 하든 무슨 상관인가. 10억을 준다고 하지 않는가.
10억!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지금껏 건달로 살아왔지만 사람을 죽인 일은 없었다. 물론 지난 번 마약 건 때처럼 의도치 않게 죽어버린 일은 있었지만. 동식 나이 정도 되면 직접 연장을 들고 작업을 하러 다니지는 않는다.
한 때 깃발 날리고 다닐 때는 연장도 만들고 직접 써본 일도 있다. 연장을 쓴다고는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처럼 그렇게 무식하고 무지막지하게 사용하지는 않는다.
적당히 위협이 되고 상대방이 반항할 수 없도록 하는 데까지만 연장을 쓰는 거지, 아예 묵사발을 만들기 위해 연장을 쓰지는 않는다.
사시미 칼도 날 것 그대로 쓰는 게 아니다. 칼날 부위의 9할 가량을 붕대나 테이프로 감는다. 쑤셔도 깊이 들어가지 않도록. 피를 흘려 겁을 먹을 정도까지만 찌른다.
찌르는 부위도 종아리나 허벅지, 팔뚝 정도로 국한해서 사용하도록 동생들에게 교육한다. 복부를 쑤셔버리면 저승으로 보내버릴 수 있고 덩달아서 쑤신 놈도 골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튼 사람을 북망산을 넘어가도록 떠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물론 사람을 쓴다고는 하지만, 일을 하는 놈이 내 마음 같을까.
손발이 정말 잘 맞아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10억 먹으려다가 10억년을 나라에서 마련해준 수도처에서 사리가 나올 때까지 묵언정진 해야 할 판이다.
서른다섯 해 인생살이 중 반토막 이상은 법무부 밥을 먹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 ‘범죄단체’에 이름을 올려놓으면 다중이 모여 있는 터미널 대합실에서 방귀만 소리 내 뀌어도 바로 경찰이 와서 잡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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