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연재>깡패와 굿패 1부 '깡패와 장구'(7) - 장구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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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식이라고 합니다.”
다소곳이 손을 무릎 앞으로 모으며 동식은 이름을 말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연습장에서 들려오는 장구 연주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덩 ~ 덩 ~ 쿵따 쿵, 덩 ~ 덩 ~ 쿵따 쿵’
동식도 알고 있는 휘모리장단이다.
“강 선생님, 여기 장구를 배우러 오신 거죠?”
동식은 하마터면 ‘네’라고 대답할 뻔했다. 장구 소리가 동식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잘 오셨어요.”
내가 네,라고 대답을 했나? 이명주는 새로운 강습생을 맞는 강사님처럼 어린아이를 대하듯 온화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고창 농악은 영무장 농악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요. 영무장은, 전남 영광과 고창 무장 그리고 전남 장성지역을 말하는 건데요.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고창 농악은 간이 딱 맞는다고 그래요. 아래 지방은 너무 느리고 위 지방은 너무 빠른데 우리 고장 농악은 그 중간이라 너무 느리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아 귀에 속속 들어오고 사위가 아주 적당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맛으로 표현해서 간이 잘 맞는다고 하는 거죠.”
“네에…….”
동식은 선생님의 가르침에 충실하게 학습하는 아동처럼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모범생의 바른 자세를 연출하고 있었다. 건달로서 모양 빠지는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이명주는 브리핑하듯 고창농악의 최근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잔불 꺼지듯 조용히 저물어가던 고창 농악이 부활하게 된 건 1981년 고창 오거리 당산제가 계기가 되었다.
당산제에 필수요건인 농악대가 필요했고 당시는 정읍 등지에서 농악대를 섭외해서 당산제를 거행했다.
이후 고창 지역의 농악을 살려보자는 취지가 모아져 1985년에 고창 면 지역에서 농악을 친다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가려낸 뒤 고창농악단을 결성함과 동시에 면 단위로 그동안 잔존해 있던 농악대가 정식으로 모양새를 갖췄다는 것이다.
내가 여기 그런 설명이나 들으러 온 게 아니란 말이요!
동식은 이렇게 말을 해야 했으나 꽃술에 취한 사람처럼 다소곳이 앉아 지루한 이명주의 설명을 다 듣고 있었다. 이명주는 동식이 고창에서는 알아주는 조직폭력배라는 걸 감지했는지 평소 수강생으로 입문하는 사람에게 하는 설명보다도 더 성의 있게 고창농악을 소개했다.
“전화번호 주세요.”
장황한 설명이 끝난 후 이명주는 동곳을 박듯 동식의 전화번호까지 땄다.
“전화 드릴 테니까, 오세요.”
동식이 이곳 전수관에 행차하여 치룬 일정이 무슨 일정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일정을 모두 마쳤는데, 이명주는 전수관 현관까지 나와 동식을 배웅해졌다.
동식은 현관까지 나와 준 이명주가 황공한 마음에 얌전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까지 마치고 건물을 나와 아우디에 올랐다.
“내가 지금 여기 왜 온 거지?”
조용히 혼자 있게 돼서야 이곳에 온 목적이 자각되었다. 아차! 그렇다고 다시 차에서 내려 이명주를 불러 동식이 숨기고 있던 몽둥이를 보이고 협박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는 없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산통 다 깨진 것이다. 이명주는 여러 이야기를 했다. 그중 선명하게 동식의 머리에 새겨지는 말들이 있었다.
“농악을 잘 하거나 하고 싶어 하는 데는 유전적인 것도 있을 수 있어요. 혹시 부모님이나 조부모님께서 굿패나 무업에 종사하지 않으셨어요? 예전에는 굿패가 무당 일을 같이 하거나 아니면 굿하는데 꼭 굿패가 함께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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