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전설의 무대요, 미래가 어우러진 무대다. 바다는 끝없이 넓고 포용력이 있는 인자한 모습이다. 바다는 항상 자연스럽고 평화스러우며 정겹다. 또한 포근하고 아름답다. 바다를 동경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본래 바다에서 생명이 태어나고, 강변이나 바닷가가 인류문명의 발상지요, 삶의 근원지였다. 바다의 서정과 풍상(風尙), 사철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바다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랴. 인간 삶의 터전이요, 풍부한 자원의 산실로서 바다는 개척되어야 할 해양자원의 무한한 보고(寶庫)다.
 바다는 이 세상의 온갖 물을 다 수용한다. 그래서 해불양수(海不讓水)라 했다. 강물뿐 아니라 비와 눈과 생활용수까지도 바다로 흘러든다. 그 품에서 각종 물고기와 미역, 해초 그리고 산호와 진주 등을 키워낸다. 심한 가뭄으로 농작물과 나무와 풀이 말라죽을 지경에도 바다는 항상 의연한 자태로 푸른 물을 가득 끌어안고 있다.
 바다하면 잊지 못할 전쟁의 역사가 있다. 정유재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우리 배 12척으로 울돌목 바다의 급류를 이용하여 왜선 330척을 격파하고 승전고를 울린 곳도 바로 바다가 아니던가? 그 명량대첩은 세계 해전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대승전이었다. 이 때문에 임진왜란 7년 전쟁을 종식시킨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당시 최후의 교두보였던 울돌목의 급물살을 이용한 이순신 장군의 작전은 승리의 쾌거로서 천추만대에 남을 것이다.
 사람들은 속된 말로 아름다운 여성을 꽃같은 여자라 말하고, 도량이 넓고 심성을 곱게 쓰는 사람을 ‘마음이 바다 같다’고 하지 않던가!
 지구 전체의 90% 이상이 바닷물이라고 한다. 여름 장마철 홍수 때 범람하는 물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수위의 조절은 당연히 바다의 몫이다. 만약 바다가 없었다면 육지는 바다로 변했을 것이다. 또 인간은 홍수에 밀려 존재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홍수의 조절, 어업, 수산자원의 개발 등은 모두 바다의 몫이다. 항상 바다에게 감사하고 바다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 하려니 싶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바닷가 구석진 곳마다 제방을 쌓고 간척을 하여 농토를 늘렸다. 크고 작은 제방의 숫자와 면적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바다 하면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있다. 유년시절 부안군 진서면 외가에 갔었다. 외사촌 형들을 따라 바다에서 자그마한 게와 망둥어 등을 잡다가 시간가는 줄을 잊었다. 물은 벌써 낮은 데로 흘러들어와 작은 도랑에 넘쳤다. 형들의 손을 잡고 간신히 도랑을 건넜다. 그런데 물살이 세어 겨우 건넜지만 신발이 떠내려갔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살아서 나온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깨달음이요 추억거리다.
 바다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 철을 바다에서 보내야 할 만큼 생업과 피서가 공존하는 곳이다. 특히 삼복 철이 되면 언제나 그랬듯이 도심을 끼고 있는 송도, 경포대, 해운대, 대천, 변산, 검은 모래로 유명한 만성리, 남해 등 전국 유명 해수욕장은 올해도 역시 인파가 몰릴 것이다. 피서철 낭만을 구가(謳歌)하는 모든 이에게는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그러나 바다도 제 사나운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태풍이 불어오면 조용하던 바다는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태풍이 구름과 비를 몰고 파도를 일으켜 해일을 만들고 그 거대한 파고는 인간이 애써 만든 배와 집들과 여러 가지 시설물들을 집어 삼킨다. 실로 가공할 위력 앞에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두려움에 떨면서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태풍이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바다와 바람이라는 자연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러나 바다는 항상 낭만과 평온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세월호가 전복되어 타고 있던 승객 476명 중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이는 허술했던 선박 관리, 무책임한 선원, 무능했던 구조작업 등 수많은 악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참사로 이어졌다. 따라서 바다는 어머니 품속 같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하다. 하늘을 닮은 바다는 늘 내 앞에 버티고 있으며 깊은 깨우침을 주는 스승이다.

고 재 흠/한국신문학인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