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밤길을 걷다 보면 아파트나 주택 사이로 십자가에 불이 켜진 교회를 보게 된다. 어느 곳은 1층도 교회, 2층도 교회, 한 건물에 교회가 두 개나 된다. 이처럼 도시엔 몇 십 미터의 거리를 두고 붉은빛의 십자가가 늘어서 있다. 한 집 건너, 두 집 건너가 종교시설이다. 자고나면 우후죽순처럼 교회가 생긴다. 어떤 통계를 보니 우리나라 교회수가 치킨집보다 많다고 하는데 이는 빈말이 아닌 것 같다.
 이렇게 교회가 많은 건 세상이 어지러워서 그런지 아니면 교회가 많아서 세상이 어지러운지 판단키 어렵다. 다만 교회가 늘어나는데도 사회악은 일소되지 않고 각종 범죄가 창궐하는 걸 보면 교회가 자기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도대체 기독교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에 사랑과 용서는 다 어디로 갔을까. 교회가 많고 신도수가 늘어날수록 사회가 정화되고 사랑이 강물처럼 넘쳐나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이다. 왜 그럴까. 기독교인들이 사랑을 잘못 전해서일까? 어찌 보면 그들이 종교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면도 있을 것이다. 세속적, 물욕으로 살아간 탓이다. 그렇다고 모든 잘못이 기독교인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불교신자들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종교의 타락이나 부패에는 반드시 돈이 개입된다. 최근 CBS저널과 뉴스앤조이가 목사 생활비 문제와 관련해 전국의 목사와 일반 성도 50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다수 목사와 성도는 목사 생활비를 성도들의 평균 연봉 수준으로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목사의 급여는 어느 수준이 적정한가.’라는 질문에, 일반 성도 36%가 ‘교인 평균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평균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은 35%로 거의 비슷했다. 결국 교인 평균 수준, 혹은 평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 좋다는 의견이 71%에 달했다. ‘교수나 교사와 같은 전문직의 연봉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12%가 나왔다. 반면 ‘최고의 예우를 해야 한다.’는 의견은 7%에 그쳤다. ‘교인의 평균을 약간 밑도는 수준’, ‘최저생계비 수준’을 주장하는 의견은 각각 5%, 4%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목사의 급여는 실제로 어느 정도일까. 이번 설문에 응한 217명의 목사 가운데 92%가 3000만 원 이하의 연봉을 받는다고 답했다. 1000만 원대 연봉을 받는 목사가 37%로 가장 많았다. 2000만 원대가 24%, 3000만 원대가 12%를 차지했다. 1000만 원 미만의 연봉을 받는 목사도 19%나 됐다. 50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는 목사는 2명에 불과했다. 목사 대다수의 연봉은 교인들에 비해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 부자교회의 담임목사의 연봉은 1억이 훨씬 넘는다. 이정도면 장관급이고, 국회의원하고도 맞먹는다.
 그러나 ‘목회자는 가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목사 85%는 동의하지 않았다. 가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목사는 5%에 불과했다. 목사 대부분이 가난을 목사의 미덕이라고 여기는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교회만큼 장사 잘되는 곳이 없다는 속설이 있다. 사회에서 쭉정이로 불리던 일부 사람들이 어리바리 신학교 간판을 달고 나와서 목사, 전도사 하는 바람에 이들이 한국교회를 장사하는 교회로 만들어버렸다. 이러니 기독교가 ‘개독교’라는 말을 듣는지도 모른다. 필자 스스로 ‘나이롱’ 크리스찬이라 여기지만, 모욕적이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일부 대형교회의 물량주의와 그곳을 다스리는 제왕(?)같은 목사들 탓이 크다. 막대한 규모의 큰 교회들과, 그곳을 발판 삼아 ‘왕’ 노릇을 하고 있는 목사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기독교는 가난을 미화하거나 찬양하지 않는다. 또한 부 자체를 죄악시하지도 않는다. 성경을 통해 본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을 자세히 살펴보면, ‘부가 축복’이라거나 또는 ‘부를 추구하라’는 식의 내용은 전혀 없다. 오히려 자신을 따르고자 하는 부자청년에게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라.”고 하셨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달라져야 한다. 얼마만큼 성경 말씀에 충실하고 실천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볼 일이다. 더불어 기독교인들은 예수 같은 삶을 살아감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본받고 실천할 수 있도록 솔선을 보여야 한다.

신 영 규/한국신문학인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