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처럼 산(山)을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예부터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智者樂水 仁者樂山)지자요수 인자요산 이란 말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었다. 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끈끈한 유대를 맺고 있는 것이다. 등산인구가 1천만 명에 이를 만큼 우리 민족에게 산은 친구이며 애인 같은 존재다.  
 높은 산 맑은 공기는 폐를 말끔히 청소해준다. 심장 또한 필요한 산소를 조달하기 위해 힘차게 펌프질을 하면서 더욱 튼튼해진다. 산에 오르면서 땀을 흘리면 피부 아래 쌓인 노폐물도 함께 빠져나오므로 피부 건강에도 좋다. 등산처럼 산소 소비가 많은 운동은 기억력과 시력이 좋아지는 효과도 낸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금빛 찬란한 아침햇살이 찾아드는 산 숲에 들어보라. 온갖 나뭇잎들의 부드러운 속삭임과, 들꽃은 반가움에 미소 짓는다. 공중의 새들은 무엇인가 달라고 요구하고, 쉼 없이 흐르는 계곡물은 기대에 부푼 꿈을 도란거린다. 따라서 산에서 시인은 시를 쓰고 음악인은 노래로, 화가는 그림으로 각자 느낌과 정서를 담아준다. 산은 예술의 전당이자 생활의 쉼터이다.
 산은 맑은 계곡을 품고 있다. 계곡물이 졸졸 흘러 적당한 습도가 유지되면 수많은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의 주성분인 테르펜이 곧바로 날아가지 않고 산을 찾는 사람을 반갑게 에워싼다. 그리고 호흡을 통해 사람 몸에 흡수돼 자율신경을 진정시킨다.
 산 숲에 들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우리는 ‘숲 속의 여인, 숲속의 찻집’이라는 말만 들어도 낭만적인 기분이 들며, 마음이 설렌다. 또 같은 음식도 산 속에서 먹으면 더 맛이 있다. 또 육신이 병든자가 산속에서 생활하면 병이 치유된다는 것이다. 산에는 도심에서는 누릴 수 없는 맑은 물과 공기, 무공해 먹을거리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성경 (시편 72:16)에는 “산꼭대기의 땅에도 화곡이 풍성하고 그 열매가 레바논 같이 흔들리며 성에 있는 자가 땅의 풀같이 왕성하리로다.”고 했다.
 산 생활은 뇌의 전두엽 활동을 강화하고,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며, 면역력을 높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산은 스트레스에서 완벽히 차단된 공간이다. 복잡한 생각과 마음의 근심을 떨쳐 버리고 자연과 소통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몸과 마음이 저절로 치유된다. 그래서 승려는 도를 얻기 위해 산으로 가고 심마니는 산삼을 캐기 위해 산으로 간다. 그러나 시인 도종환이 산으로 들어간 것은 신병 때문이었다. 몸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는데 백약이 무효였었다. 그래서 산에 입원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산은 믿을 만한 의료진이 포진한 명문 병원이다. 도종환은 마침내 자연이라는 의사의 메스를 받아 회생했다. 박원식의《산이 좋아 山에 사네》중에서 -
 산은 공해로 시달리는 현대인의 최고의 피난처이며 최고의 휴양소이다. 산에는 공기, 물, 일광이 깨끗해서 건강에 대한 모든 기본요건이 구비되어 있다. 특히 한국의 산새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봄이면 진달래 철쭉이 만발하는 정원이 되고, 비탈을 이용한 천수담은 농촌의 양식 공급원이 되었다. 그야말로 산은 인류복지에 많은 광물질과 금속창고의 보고다. 우리 인간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 제공과 생활의 터전, 또 큰 강물의 발원지가 되며 저수지의 수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남으로써 산도 지쳐 신음하고 있다. 산에 있는 약초를 캔다고 땅을 파고,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벌목을 하고 산을 마음대로 파헤치는 것은 곧 파괴정신의 발로이다.
 우리는 산을 보호하고 가꾸어야 한다. 자연이 항상 아름다울 수 없으며, 항상 성장하는 것이 아니므로 산도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숲을 찾는 주된 이유가 휴식과 재충전을 얻으려는 것인데 이것이 산에는 몸살이 돼 숲이 황폐해진다면 다시 아름답고 울창한 숲을 찾아볼 수 있겠는가. 산은 자연 본연의 공간이다. 우리의 방문으로 훼손되지 않고 자연 본연의 모습을 지킬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등산에 따라 생긴 쓰레기를 되가져가기는 기본이며, 머문 자리가 아름다워야 함도 당연한 일이다. 인화물이나 불씨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산이 병들면 인간도 병든다. 고로 산은 인간의 영원한 안식처이다. 

채 행 무/시인ㆍ신문학 전북지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