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분만실에서 출발하여 영안실로 들어감으로써 끝이 난다. 언제 영안실로 갈지는 누구든 기약이 없다. 이 세상에 나올 때는 ‘응애!’ 하고 소리치며 빈주먹을 불끈 쥐고 활기찬 기상으로 나오지만 죽을 때는 꺼져가는 박동을 놓치기 싫어 안간힘을 다 쓰다가 쥐었던 주먹을 스스로 버리게 된다. 이것이 인간의 모습이다.
인간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나올 때나 갈 때나 항상 빈손이다. 물질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다소 편리하기 위한 수단이지, 물질 그 자체가 절대적인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명예와 지위를 누리고 재물을 모으려고 발버둥 친다. 그러나 이것은 외물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은 목숨이나 명예, 권력, 재물에 초연할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뜻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인간이 삼욕(식욕, 성욕, 명예욕)에 포로가 된다면 우리는 가치 있는 삶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재물은 그저 범부(凡夫)의 삶에 기본이 되면 족하지 축적되어 못 가진 자의 분노를 사게 되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위화감만 조성될 뿐이다. 재물은 결코 나누는 것이지 소유하고 보관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와 자기 영속들이 자손만대 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게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성인이라고 떠받드는 이들을 보라. 하나같이 빈손으로 일생 동안 남을 위해 헌신 봉사하다가 생을 마감했다. 가난을 무서워한다면 추앙 받는 위인이 되지 못한다. 범부의 살림은 그저 하루 세끼 밥과, 자기 몸 하나 편히 쉬게 하는 휴식공간이면 되는 거지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무슨 일이든 제대로 된 삶을 살아야 한다. 인생을 제대로 살라는 말은, 열심히 일하되 끌려가지는 말라는 뜻이다. 세상 변화 속도에 맞춰 빨리 달려 나가되 잠시 멈춰 서서 풀향기, 꽃향기도 맡아보고, 강바람, 바다 바람도 쐴 줄 알고, 밤하늘의 별과 달도 한번쯤 올려다보며 살라는 뜻이다.
추악한 일들은 기록해야 할 곳에서 이루어지고 자기 비위에 맞지 않으면 네 편, 내 편으로 갈라져야 하는 것이 세상의 형태이다. 남을 위해 무한한 사랑을 베푼다는 본래의 뜻을 저버리고 무참하게도 자신의 번창과 향락을 누리는 이 땅의 위장된 양심들. 넘치고 넘치는 무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한 이 땅은 낙원이 될 수 없다.
물욕은 사람에게 잠시 잠깐 유산을 줄지는 몰라도 영원한 행복을 약속하지 않는다. 자손에게 전수되는 것은 그 사람의 사상과 학문일 뿐, 재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난은 곧 불행이라는 현실성에 기인된다. 나는 가난하지 않다고 생각해 보자. 그 날로부터 사는 게 즐겁고 모두가 선한 사람으로 보이고 얼마나 아름다워지는 가를 느끼게 되면 자기 자신도 모르게 놀라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부자다. 이제 베풀고 사는 방법을 터득하여 삶에 불행을 겪어온 그들에게 살의 활력소를 주고 오늘 중으로 웃는 사회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불가에서 말했듯이 ‘공수래공수거’,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가는 인생, 과욕은 무엇에 쓰려고 하는가. 주는 보람도 삶에 활력소가 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살아보라. 베푸는 뒤끝은 인정이 오고 밝아지며 인간의 오고감이 번번이 이루어진다. 수전노(守錢奴)의 집에 인적이 끊기는 것은 인정이 없어서다. 인정은 베푸는 것에서 솟아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정이 없으면 금수와 다를 바 무엇인가.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숨을 거두게 되면 모든 걸 고스란히 놔두고 한줌의 흙으로 가게 되고 잡초나 나무의 영양소가 된다는 사실을 한 번쯤 생각해 보았는가. 죽고 사는 게 뭔가를 알게 될 때, 곧 해맑은 웃음꽃이 환하게 피어 온 누리에 비추어지리라.

 김 용 완/수필가ㆍ실버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