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란 무엇인가. 도대체 종교가 무엇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에 빠지고 미쳐있는가. 종교를 한 마디로 요약하기란 쉽지 않다. 종교의 사전적 정의는 초자연적인 절대자(神)의 힘에 의존하여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 체계다. 한자로 풀이하면 마루종(宗)자에 가르칠(敎)교, 마루에서 가르치다는 뜻이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많은 다른 가르침보다도 상위에 있는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가르침이라는 것을 우리 인간에게 준 사람들은 무수히 많았다. 지금까지 인간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대표적인 사람은 예수, 즉 기독교와 함께 석가모니부처의 가르침을 토대로 하는 불교, 그리고 무하마드(마호메트)의 가르침을 토대로 하는 이슬람교(무하마드교)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종교들은 아마도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의 수명과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종교가 인간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큰 이유는 아마도 ‘죽음’일 것이다. 인간 생명은 유한하다. 누구든 태어난 사람은 반드시 죽음 맛을 봐야한다. 그렇지만 인간은 또한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위대한 존재다. 그러므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결국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이러한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종교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만일 인간이 죽지 않는 불사신이거나 무한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절대자라면 굳이 종교라는 것을 만들었을 리도 없고 종교가 인간에게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영국의 사회진화론 학자인 허버트 스펜서는 “인간은 삶이 두려워서 사회를 만들었고, 죽음이 두려워서 종교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러한 스펜서의 말은 종교의 발생 기원을 잘 지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언제부턴가 종교와 철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철학에서의 존재론과 인식론을 공부하다 보면 마땅히 종교에 관심을 돌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과거에 여러 곳의 종교단체를 전전한 적도 있었다. 참된 진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철학은 지식탐구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지적 탐구를 통해 사회 현상을 비판하고 선도하는 기능을 가지는 것이다. 특정한 세계관을 진리로 보지 않고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 한다. 이에 반해 종교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고민이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종교를 말함은 곧, 무신론자의 입장에 서있음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믿음은, 사람이 만든 종교가 아니라 진리에 대한 믿음, 즉 예수와 하나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신의 존재가 있고 없음을 떠나, 믿음의 체계는(경전ㆍ제례ㆍ형식) 분명히 인간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종교는 격식화된 사회적 믿음이고 신앙은 절대자 중심의 믿음이다. 신앙이 순수함을 근간으로 한다면 종교는 순수함을 벗어나 외형화 되어 있고 규정화된 것이다. 종교는 영생을 지향하는 공동체다. 불교에선 극락세계, 그게 영원한 세계다. 그리스도교의 천당, 그게 영원한 생명이다. 문제는 정말 천국과 지옥이 있고, 영생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종교는 영원히 거짓말을 해도 절대 들통이 안 나게 돼 있다. 왜 그럴까? 자고이래로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즉, “예수 믿으면 천국가고 안 믿으면 지옥 간다.”는 성경 말씀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냐는 것이다. 천국과 지옥을 확인해보려면 죽음을 경험해봐야 하는데 일단 죽으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종교도 영원히 거짓말을 해도 들통이 안 난다는 것이다.
 나도 한 때는 특정한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믿지 않고 있다. 다만 모든 선현들의 말씀을 두루 참고하면서, 최종적으로는 ‘나’라는 인간의 합리성에 의지하면서 살고 있는 자칭 ‘비판적 합리주의자’인 셈이다.
 물론 때론 나도 어려움에 처할 때면 하나님을 부르짖을 때가 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하나님은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이 아니다. 나는 자연과 더불어 우주 전체를 하나님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하면 다석 유영모 선생이 말씀하신 ‘없이 계신 하나님’이다. ‘없이 계신 하나님’은 하나님의 내재성과 초월성을 모두 아우르는 하나님의 실재를 말한다. 따라서 나는 나 자신을 구원해줄 수 있는 존재는 최종으로 ‘나 자신’과 ‘우주(하나님)’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신 영 규/한국신문학인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