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에 있는 성묘교회는 그리스도교 국가들 사이에서 가장 신성한 교회라는 평을 듣고 있다. 전승에 따르면 교회가 세워진 자리에는 예수가 안장되었다가 부활된 무덤이 있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여러 분파의 수도승과 사제들은 교회를 사용할 권리를 주장해왔다. 그러다보니 몸싸움이 한두 번 있었던 게 아니다. 최근에는 싸움의 양상이 격렬해져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관들이 개입해 성묘교회의 질서를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되는 일까지 있었다. 그래서 성묘교회는 종교분쟁의 대명사가 되었다.
@종교적 열정이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항상 그러는 것은 아니다. 성묘교회의 사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위험할 수도 있다. 종교적 열정은 때로 성묘교회에서의 폭력보다도 더 위험하다. 유혈 사태도 일으키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터진 유혈 사태의 대다수는 종교가 부추긴 게 사실이다. 새해 첫날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폭탄 테러 사건으로 콥틱정교회인 21 명이 사망하고 43 명이 부상한 것도 그걸 힘주어 말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유혈 사태가 있었던 나라들을 보면 종교가 평화에 기여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북아일랜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레바논, 카슈미르, 나이지리아, 스리랑카, 이라크 그리고 발칸반도의 여러 나라를 언급하다보면 종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어갔음도 동시에 알 수가 있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힌두교, 시크교 등등 유명한 종교들이 자기 정체성과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폭력행사를 정당화 했던 것이다.
@존 레논의 명곡 을 다시 들어본다. 가수는 종교가 없으면 세상이 낙원일 거라고 노래했다. 인류의 모든 종교들은 교리의 전면에 평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뿐이다. 애타적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인류 세상의 거의 모든 종교는 날마다 역설을 연출하고 있다. 진실한 종교인이라면 이마를 짚고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논설위원 이 희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