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한옥마을에서 함께 근무하던 직장 동료의 딸 결혼식이 있어서 참석했다. 

그간 결혼식은 거의 다 일반 시내에 있는 결혼식장에서 해왔기에 전통 혼례식이 색다르게 보였다. 

전통 혼례식에서 맨 처음 기러기를 들고 입장하였다. 기러기는 한번 부부의 연을 맺으면 죽을 때까지 절개를 지켜 살아가기에 우리 조상들은 기러기를 본받아 살라고 기러기를 비단 보자기에 싸서 입장시킨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사소한 것 하나에서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운 결혼식에 대한 모습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요즈음 결혼식을 치르는 것을 보면 모두 허례허식에 가깝게 치른다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결혼식을 할 경우 결혼식장은 호텔이거나 아니면 가장 시설도 깨끗하고 가격도 비싼 곳이 아니면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어려운 세대를 살아온 우리가 보기에는 걱정이 앞을 선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화련한 결혼식을 할 준비가 안 되면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니 5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집마련), 7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집마련 희망 꿈)라는 신조어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외톨이가 되어 살아가곤 한다.

이런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를 보는 부모나 양식이 있는 어른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한 허례허식의 폐단을 심각하게 생각한 정부에서는 가정의례준칙을 만들어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반까지 결혼식에 청첩장도 내지 못하도록 하여 필자가 결혼할 때는 청첩장조차 내지 못하는 결혼식을 치렀다. 부득이하게 결혼식을 알려야 해서 편지로 가족과 친지들에게 알려드린 기억이 있다.

이러한 허례허식 폐지를 강력하게 추진해 왔었는데 우리나라가 이제는 국민소득이 3만 5천 달러에 이르고 세계 경제 10위권에 오른 이후로는 이러한 허례허식이 슬금슬금 되살아나서 너무 화려한 결혼식을 치르고 있어 걱정이 앞을 선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허례허식의 결혼문화를 청산한 지 이미 오래다.

프랑스에서는 시청 강당 등 공공기관에서 비용 부담 없이 결혼식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부자들도 자연스럽게 사치스러운 결혼식보다는 공공기관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 하나의 관행처럼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더 선진국임에도 이러한 젊은 청춘남녀들의 결혼식 문화를 간소하게 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장려하여 결혼식 부담을 적게 만드는 것은 정말 우리가 배우고 실천해야 할 결혼식 문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도 이러한 선진국의 잘하는 것들은 벤치마킹하여 공공기관에서는 돈이 좀 들더라도 강당 등을 결혼식을 치르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시설도 갖추고 해서 결혼식이 허례허식의 장이 아닌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 간소하게 치러지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이처럼 과소비를 하지 않는 결혼식을 치르게 된다면 청춘남녀들이 부담 없이 결혼하게 되고 자녀 출산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세대들의 결혼을 하지 않는 풍토를 개선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영속 가능성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변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가임여성(15-49세) 합계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져 2023년 기준 0.721명에 불과한 실정이고, OECD 평균 1.59명에 비하여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니 걱정이 앞선다.

연간 출생아 수는 23만여 명에 불과하여 여러 가지 사회적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으며, 출산 저하로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자 교육대학교에 지원하는 고3생이 거의 없는 등 여러 가지로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 어른들은 자녀 결혼과 출산을 위하여 더 머리를 맞대고 정부에게만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하고 좀 더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장려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만호 / 본보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