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은 한국방송공사(KBS) 국정감사에서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청원’ 관련해서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 위원장의 문제와 졸속으로 이뤄진 국민참여 토론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신용목 국민제안심사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본인이 위원장직에 있는지 모르는 듯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정동영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신용목 서울시립대 교수에게 △‘국민제안위원회 위원장’ 직에 어떻게 임명되었는지 △누군가의 추천을 받았는지 물었다. 이에 신용목 증인은 “서울시 한강본부장, 교통본부장 등으로 오래 재직했다”며, “시민사회수석 하던 강승규 수석께서 서울시에 계실 때…” 라고 사실상 대통령실 강승규 당시 수석의 추천을 받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정동영 의원은 이어 “(대통령실 강승규 수석과) 그런 인연으로 국민제안 심사위원장이 되셨는데, 언제부터 언제까지 위원장을 하셨는가” 질의했다. 그러자 신용목 증인은 “작년 11월 이후에 국민제안 심사위원회 회의가 거의 1년 가까이 없어서… 지금 제가 현재도 그 위원장인지, 아니면 전체적으로 개편이 됐는지는 지금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전 정부의 청와대 국민 청원에 비해 제안 규모나 논의 과정 등의 결정 구조가 상대적으로 비공개돼 ‘깜깜이 국민 제안’이라는 비판을 받는 현 윤석열 대통령실의 국민 제안 제도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유명무실하다는 점을 위원장 자격으로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정동영 의원은 “24년 3월 6일 (수신료 분리징수)의견수렴 발표를 하고 그 다음에 마지막 발표, 국민토론 결과 발표가 6월인데 그야말로 ‘석 달’ 만에 결정한 것이 맞다”며, “지난 30년 동안 유지돼 오던 수신료 통합 징수, 국민들로 봐서도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시청료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통합징수를 처음 도입한 1993년 당시에도 1년 반에 걸쳐 △임시국회 보고 △공청회 △세미나 △각계 여론수렴 △범정부 차원의 수신료 통합징수 방안 토론 등의 사회적 협의를 거쳤다, 무려 김영삼 정부 때였다”고 설명했다. 

정동영 의원은 “3개월 만에 이렇게 졸속으로 밀어붙인 것은, 한강본부장과 교통본부장을 역임한 증인이 보기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옳은 방향이었나” 고 물었다. 신용목 본부장은 “많은 시민들이 댓글을 달거나 찬반을 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언론보도 등에 따르며 당시 국민제안 누리집 시스템 등은 여러 계정으로 다수의 중복 투표가 가능해 신뢰성 논란이 돼 왔다.

정동영 의원은 “대한민국 수신료는 월 2,500원, 연간 3만원 정도다”라며,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저렴하며 이것이 바로 통합징수의 효과”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3개월 만에 (수신료 제도를) 흔들어 버린 것은 KBS 장악을 위한 전주곡이자 판 흔들기다”라며, “흙탕물로 판을 흐린 다음 KBS를 장악하는 그런 수순에 국민제안위원회가 동원됐다고 생각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