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들의 개화다툼이 치열하다. 전국은 가히 꽃 천지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전남 구례와 광양, 경남 하동은 해마다 봄소식을 알리는 꽃들이 릴레이로 피어나는 명소다. 섬진강변의 매화에서 출발한 꽃소식은 구례의 산수유로 이어지고, 하동 쌍계사 길의 벚꽃이 마지막 봄꽃의 바통을 넘겨받는다.
  지난주 전남 광양 섬진마을에 10만 그루가 넘는 매화가 절정을 이루었다. 매화는 봄을 알리는 꽃으로 겨울 늦추위를 이겨내고 핀다 하여 흔히 굳은 절개와 정절의 상징으로 읽힌다. 3월 중순이면 그 맑은 자태를 볼 수 있다. 섬진강변을 따라 하얀 눈이 내린 듯 흐드러지게 핀 매화꽃잎이 지금은 낙화를 서두르고 있다. 전남 구례 산동마을 돌담길은 산수유가 하늘에 둥글둥글 작은 그물망을 수놓듯, 노오란 물방울을 흩뿌려 놓았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면 마치 노란 병아리들이 조르르 몰려다니는 것 같다. 거기다 겨우내 언 땅을 녹이며 봄을 알리는 개나리가 아파트 담벼락에 줄지어 노란 봇물을 터뜨렸다. 개나리는 너무 흔하지만 명랑하고 쾌활한 꽃이다. 또 4월이면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화려한 벚꽃이 만개하여 북상한다. 벚꽃은 눈이 부시도록 화사하다. 가냘픈 꽃잎이 부스스 떨리는 모습은 장관이다. 바람이 부는 날 벚꽃이 만연한 길을 걷고 있노라면 마치 봄에 눈이 내리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순결한 백색 자태를 뽐내며 봄날의 화려함을 더 하고 있는 벚꽃 개화가 지금 한창이다.
  봄 하면 어떤 꽃을 떠올릴까? 봄을 대표하는 가장 적합한 꽃은 무엇일까? 최근 한국갤럽이 사흘간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017명에게 ‘봄’ 하면 어떤 꽃이 생각나는지 물은 결과 41%가 개나리를 꼽았고, 그 다음은 벚꽃(18%)과 진달래(18%)로 나타나 세 종류의 꽃이 전체 응답의 77%를 차지했다. 그 외 봄을 알리는 꽃으로는 매화(4%), 목련(3%), 철쭉(2%), 그리고 유채꽃, 프리지어, 산수유, 장미, 동백 등이 각각 1%씩 응답됐다. 한국인 열 명 중 여덟 명이 봄꽃으로 개나리, 벚꽃, 진달래 세 종류 중 하나를 꼽았으니 이 꽃들은 명실상부한 봄의 전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꽃은 저마다 특색이 있고 아름답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눈부심이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이요, 외적인 상황에 좌지우지 하지 않는 내면의 고요 때문이다. 여리디 여린 가지 끝에서도 웃을 수 있는 여유, 혹독한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곧은 자태, 그 모든 상황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이는 꽃의 능력이다.
  어느 공간에 꽃이 놓여있을 때, 기분이 좋다고 느끼는 것은 누구나 공통된 경험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모호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당연한 이유가 존재하였던 것이다. 신에게 경배를 드릴 때 역시 꽃을 봉헌한다. 그것은 아마도 꽃(식물)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행동이 아닐까 추측된다. 꽃은 한자리에 뿌리를 내리면 그 주변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거나 아니면 죽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신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꽃을 바친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의미를 갖고 있을 거라 생각된다.
  꽃은 반쯤 피었을 때 가장 아름답고, 술은 조금 거나할 만큼 취했을 때 가장 흥겹다. 만약 꽃이 활짝 피고 술에 흠뻑 취하는 지경에 이르면, 곧 보기 흉한 꼴을 드러내는 법이니,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상태에 있는 사람은 마땅히 이 이치를 깨달아 너무 가득 차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인간은 꽃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꽃’은 인간이 나고 자라 성장하는 모든 통과의례에 함께 한다. 출생, 결혼, 장례 의식에 ‘꽃’은 꼭 필요한 소품이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꽃’에 대한 소비는 더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지금 한국의 산하는 봄꽃천지다. 남녘으로부터 시작된 꽃소식이 이제는 중부 지방까지 올라왔다. 뿐만 아니라 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봄꽃축제가 열린다. 향긋한 봄바람이 불어올 때면 가장 기다려지는 꽃소식. 살랑살랑 봄바람 타고 날아드는 꽃향기를 따라 떠나보자. 가족과 연인끼리 봄빛 밟으며 꽃구경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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