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희(22·화성시청)와 조해리(28·고양시청)가 4년 전인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맺힌 한을 풀었다.

박승희·조해리·심석희(17·세화여고)·김아랑(19·전주제일고)으로 이뤄진 한국 여자 쇼트트랙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09초498로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강'의 면모를 자랑하던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4년전 대회에서 계주 5연패 달성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1994년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부터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까지 한 차례도 3000m 계주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릴레함메르대회에서 김소희·원혜경·전이경·김윤미가 3000m 계주 금메달을 합작했고, 차기 대회인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는 릴레함메르대회 멤버였던 전이경·김윤미·원혜경에 안상미가 가세해 금메달을 일궈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서 최은경·최민경·주민진·박혜원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토리노대회에서는 3관왕에 등극한 진선유를 앞세워 금메달 수확에 성공했다. 당시 최은경·변천사·전다혜·강윤미가 함께 주자로 뛰었다.

하지만 밴쿠버올림픽에서 가슴 아픈 일을 겪었다.

밴쿠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대표팀은 역대 전력과 비교해 '약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3000m 계주 금메달에는 욕심을 냈다. 선배들이 쌓아놓은 영광은 이어가겠다는 각오였다.

당시 한국은 여자 3000m 계주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그러나 심판들이 5바퀴를 남기고 한국이 중국을 제치는 순간 반칙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정했다.

실격 판정이 나오는 순간, 여자대표팀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당시에도 여자대표팀을 이끌었던 최광복 코치의 강력한 항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4년을 지내는 동안 여자대표팀도 세대교체가 됐다. 주니어 무대에서 유망주로 활약하던 심석희가 시니어 무대를 밟았고, 김아랑도 합류했다.

현재 대표팀 계주 주자 가운데 밴쿠버의 아픔을 기억하는 이는 박승희와 조해리 뿐이었다.

박승희는 밴쿠버 때의 기억이 남아있어서인지 "중국에게는 지기 싫다"며 필승 각오를 다진 바 있다.

앞서 500m 결승에서 넘어지는 악재를 겪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박승희는 "동메달도 잘한 거죠"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하필 금메달을 중국이 가져가 아쉽다"고 아쉬워 했다.

조해리와 박승희는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4년전 맺힌 한을 모두 털어냈다. 중국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인 끝에 일궈낸 금메달이어서 더욱 값졌다.

중국에 선두를 내줬다가 2바퀴를 남기고 추월당했던 한국은 마지막 주자인 심석희가 레이스 막판 아웃코스로 돌아나오면서 대역전극을 펼치면서 극적으로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조해리와 박승희는 유독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맏언니인 조해리는 후배들에게 "고마워, 고마워"를 연발하면서 연신 눈물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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