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부자는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적으로 부자는 일반인들보다 약 4~7년 정도 오래 산다고 한다. 특히 부자들 중에서도 좋은 일을 많이 하는 분들은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까운 예로 훨씬 잘사는 남한은 북한보다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10년 정도 더 길다. 북한 주민의 평균수명은 68.4세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왜 오래 살까? 크게 세 가지 주장이 있다. 원래 태어날 때부터 건강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니까 오래 산다는 ‘선천 장수설’이 있다. 또 부자들은 서민들이 꿈도 못 꾸는 좋은 음식을 먹고, 병원에서 특별한 치료를 받으니 오래 살 수밖에 없다는 ‘외부 지원설’도 있다. 끝으로 많은 재산을 놔두고 갈 수 없어 죽어가면서도 숨을 헐떡이며 버틴다는 ‘죽음 항거설’이 있다.
  선진국, 즉 호주, 일본 등 부자나라 국민들은 오래 산다. 반면 후진국, 아프리카 국민들의 수명이 짧다는 것은 익히 아는 일이다. 왜 그럴까? 부자들은 여유로운 생활로 건강준비를 철저히 하며, 좋은 식품과 좋은 음식을 먹고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돈이 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미래의 삶과 건강에 대한 투자를 하기 어렵고, 또 일부는 알콜 중독 등에 노출돼 있다. 그래서 부자는 오래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단명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단명하는 건 식이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저렴한 식품은 라면과 햄버거, 베이컨 같은 비만을 유발하는 인스턴트식품이다. 결과적으로 가난할수록 마르는 것이 아니라 비만해지는 경향이 있다. 비만하면 당뇨병과 심장병 등 관련 질병이 늘어나 수명이 단축된다.
  사실 부자는 몸에 좋은 보약이나 고급술을 마시고, 서민은 싼 독주를 들이켤 때가 많다. 또 부자는 담배를 잘 안 피우지만 서민들의 흡연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부자는 암 걸리면 외국의 명의를 찾아 가서 고치고, 서민은 아파도 병원에 잘 안 간다. 이는 부자들이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생활비나 교육비 걱정이 없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남을 도울 수도 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부자들이 우리 주변엔 많다.
  세계인의 평균수명은 67.9세로 남자 65.7세, 여자 70.1세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1960년에는 50세가 약간 넘었는데 1990년대 말에는 70세 중반으로 늘어났으며, 지금은 81.1세에 도달해 세계 17위까지 올라왔다. 독일, 영국 등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길어졌으므로 수명으로만 본다면 한국은 이제 선진국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작년 유엔 경제사회국(DESA)이 발표한 ‘2012 세계 인구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2045~2050년 88.4세까지 늘어나 홍콩에 이어 2위가 될 전망이고, 2095년 이후에는 95.5세에 달해 세계 최장수국으로 등극하게 된다니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장수하려면 좋은 친구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수하는 사람들의 단 하나의 공통점은 놀랍게도 ‘친구’의 숫자였다. 친구의 숫자가 적을수록 쉽게 병에 걸리고 일찍 ‘단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많고 그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고 더욱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인 셈이다. 그래서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수시로 만나면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많아야 한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회적 네트워크’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수하는 비결로 좋은 친구를 많이 갖는 것 못지않게 자신의 행동거지에 따라 수명을 달리하는 수도 있다. 예컨대 살생을 많이 하고 나쁜 짓을 많이 한 사람은 단명하고, 살생을 멀리한 사람은 장수한다는 생각이다. 이 세상에 나쁜 짓을 많이 한 사람이 장수한다는 건 천리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돈과 건강을 가졌다고 마냥 행복한 것도 아니다. 부와 지위가 정점에 있던 사람들조차 스스로 몰락하는 일을 우리는 최근 몇 년 사이에도 적지 않게 보아 왔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과 함께하는 인생이 없다면 누구든 고독의 만년을 보낼 각오를 해야 한다.

 신 영 규/전북수필 주간 겸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