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甲午)에서 갑은 천간(天干)명이고 오는 지지(地支)명이다. 갑은 오행 중 목(木)에 속한다. 여기서 목은 동방(東方)으로 모든 일의 시작을 의미하며, 색깔은 푸른색이다. 오는 십이지지(十二地支) 중 7번째 지지이며, 12띠 동물 중 말을 뜻한다. 그래서 갑오는 푸른 말(靑馬)을 상징한다. 갑자(甲子)년에서 시작하는 60간지(干支)론 31번째이다.
언어학자 박대종씨의 어원(語源) 이야기에 따르면 갑오는 지금으로부터 약 3200년 전 은나라 무정(武丁) 시기 갑골문(甲骨文)에 이미 등장했다. 그 때는 연(年)이 아니라 일(日)을 표시하는 말이었다. ‘갑(甲)’자에 대한 최고 권위의 설명은 기자(箕子)가 주나라 무왕(武王)에게 전해준 ‘홍범구주(洪範九疇)’에 나오는 “나무의 곧은 특성”이다. 그리고 오(午)는 절굿공이(杵ㆍ저)를 상형한 문자로 ‘거스른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갑오년은 파란만장했다. 변화와 개혁 등 유독 격동이 많았다. 120년 전인 1894년만 해도 그렇다. 이 해 봄 전라도 고부(古阜)에서 녹두장군 전봉준을 비롯한 동학계 농민들은 봉기를 일으켰다. 바로 동학농민혁명 얘기다. 당시 농민들은 탐관오리 엄징(嚴懲), 노비문서 소각, 청상과부의 개가 허용 등을 요구했다.
그 해 여름엔 갑오경장(甲午更張)이 단행됐다. 영의정 김홍집(金弘集)을 중심으로 한 친일 개화파가 정치ㆍ경제ㆍ사회 제도의 근대적 변환을 시도한 것이다. 왕의 권한 축소, 신분제 폐지, 조혼 금지 등 조선 최대의 개혁 조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일본 의존형의 강제 개혁인 탓에 민심을 얻지 못했다. 그러니 실패는 당연했다.
말의 해는 갑오(甲午), 병오(丙午), 무오(戊午), 경오(庚午), 임오(壬午)가 차례로 온다. 그중 갑오가 가장 먼저 온다. 그런 점에서 갑오는 ‘갓 태어나 일어선 망아지’라 할 수 있다. 망아지는 천방지축(天方地軸)이어서 이리 저리 마구 날뛰는 습성을 지닌다. 그런데 청마는 망아지가 막 일어선 걸음마 단계를 상징한다.
따라서 청마의 해인 올해는 새로운 변화와 출발을 알리는 역동적인 일들이 적지 않다. 오는 6월 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바로 대표적인 예다. 갑오년 새해가 밝은 지 어느덧 중순을 넘어 하순이다. 대체 지방선거 준비는 잘 되고 있는 걸까.

이 옥 수 / 지방부 부안주재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