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이 귀를 베어낼듯한 날, 히트팩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은 겨울을 나는 지혜이다. 히트팩은 등산을 하거나 얼음낚시를 하거나 장시간 야외 활동을 할 때, 손을 따뜻하게 해주는 일종의 휴대용 난로이다. 따뜻해진 손으로 귀를 감싸면 그만큼 추위를 이길 수 있다.
히트 팩은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한다. 히트팩은 어떤 화학물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분말형과 액체형으로 구분된다. 분말형은 철분이 산소와 반응하여 산화될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한다. 철이 산화된다는 것은 녹이 슨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연적으로 철이 산화될 때는 열이 발생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없다. 녹스는 과정이 오랜 시간을 두고서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분에 활성탄과 소금을 섞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산화반응이 빨라 열이 나는 것이다. 소금은 습기에 녹으면서 전해질로 전자의 이동을 도와 쇳가루의 산화를 가속화시킨다. 그리고 활성탄은 그에 대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 분말형 히트팩은 사용이 편리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열을 다 방출하고 나면 더 이상 쓸 수가 없다. 아무리 흔들어도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액체형 히트팩은 내용물이 액체 상태에서 고체 상태로 바뀌면서 내는 열을 이용한다. 성분은 티오황산나트륨 용액이다. 사람들은 보통 하이포라고 부른다. 하이포는 보통 고체 상태로 굳어 있지만 가열하여 온도가 높아지면 액체로 변한다. 그런데 하이포는 특이한 성질이 있다. 하이포는 녹을 때 흡수한 열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식을 때는 열을 방출하면서 고체 결정이 돼야하는데도 내버려두면 하이포는 그대로 녹아 있는 과포화 상태를 유지한다. 이 과포화 상태는 매우 불안정하다. 그런 까닭에 약간의 충격에도 한꺼번에 고체로 변하면서 내부에 있던 열을 방출한다. 이것이 액체형 히트팩이다. 이 액체형 손난로는 열의 방출시간이 짧고 가열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모든 상품이 다 그렇듯이 히트팩도 진화하면서 소비자들을 부르고 있다. 앞으로는 분말형과 액체형의 단점을 보완한 리튬폴리머 전지 히트팩이 대세가 될 것이다. 리튬폴리머 전지 히트팩은 폭발 위험이 없어 안전하고 사용시간도 길어서 경제적이다. 거기에다 평균 온도 또한 적당해서 효과적이다. 어느 때고 충전을 하면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220볼트 전원은 물론이고 USB 케이블을 컴퓨터에 연결하면 충전이 가능하다. 그래서 리튬폴리머 전지 히트팩은 자체 발열을 한다. 분말형 히트팩처럼 흔들어줄 필요도 없고 액체형  히트팩처럼 가열할 필요도 없다.
겨울 추위가 계속되는 동안 히트팩은 유용하다. 분말 형태이든 액체형태이든 전지 형태이든 히트팩을 친구에게 선물한다면 어떨까. 그것은 마음을 전하는 것이기에 선물 받은 친구는 오래도록 고마워 할 것이다.
 

이 희 찬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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