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카오스(혼돈)의 시대라고 한다.
개혁의 흐름도 산업화 시대를 거쳐 정보화 시대, 그리고 오늘의 시대는 마침내 인간화 시대라고 불리운다.
두루 아는 바와 같이 물질만능과 배금주의는 결국 생존경쟁으로 인간 소외(疏外)와 인간성 상실로 추락 아닌 추락을 하게 되다보니 세계의 석학들과 인문학계의 관계자들이 “지금의 모든 것으로는 인류의 구원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한국 철학계에도 붐을 일으킨 프랑스의 석학 질·들뢰즈도 자본주의는 욕망을 생산하는 코드라고 비판했고 우리나라의 어느 젊은 사회학자는 부조리와 병든 이 사회를 구제하고 치유하는 길은 ‘즐거운 혁명’으로 다스릴 것을 역설한 바 있다. 또 어느 철학자는 인간은 제 꾀로 그 앞에서 오들오들 떨 수밖에 없는 어리석고 나약한 존재라고 기계 문명을 비판한다. 실로 메카니즘으로 하여금 그 노예로전락한 것이 현대이다.
성직자이기도 한 게오르규는 ‘25시’에서 서구 문명은 개인으로서 존재를 허락하지 않는 조직의 시대로 들어섰기에 그것을 도로 찾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고발했다. ‘25시’란 곧 24시 다음에 희망의 새벽인 ‘1시’가 와야 하는데 절망의 상징인 ‘25시’가 어둠처럼 내렸다는 것. 여기서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면 한국을 두 번이나 방문했던 게오르규가 마침 불국사를 다녀오는 길에 푸른 벼 이삭을 어루만지며 선 채로 미소를 짓고 있는 농부를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동행기자가 궁금해 물었더니 얼마나 감동했던가 낮은 목소리로 저 성스러운 자태야말로 ‘구원의 모습’이라고 답했다고 하며 돌아가 출판한 것이 ‘한국찬가’였다는 건 아는 이는 아 안다.
이러한 농부의 나라,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컫던 한국은 인륜과 도덕이 흔들리고 짓밟히는 불행으로 아름다운 전통적 질서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리하여 한때는 ‘도덕 재무장’이란 플랜카드가 교문마다 내걸려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지만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그 중에도 가장 자랑스러웠던 효도의 질서가 무너져가고 있는 상실감은 무엇보다 가장 행복해야 할 가정과 가족들 사이에도 더없는 아픔이요 큰 슬픔이 아닐 수 없다. 그 원인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문명의 충돌과 전쟁 등으로 전통의 단절과 파괴 그리고 이념에 따른 의식 변화를 우선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로서는 핵가족화와 함께 개인주의로의 길들이기와 날로 병들어가는 자본주의도 빼놓을 수 없겠다.
다 아는 바와 같이 한국은 다문화시대로 기실 극복해야 할 것도 많아졌다.
그러면 인륜의 으뜸이라 일컬어 온 우리내 효도 생활의 전통을 되살리는 것부터가 우선이다 하여 저마다 실천 덕목으로 삼음으로서 예컨대 조상을 섬기며 또 가족끼리는 사랑과 우애를 미덕으로 닦아온 예의의 나라임을 재인식해 오늘날 새로운 문화로 꽃피워야 하겠다.
부모를 잘 섬기는 도리를 효도라 이르는 것은 곧 사전의 의미다.
그리고 도리란 사람이 지켜야 할 바른 길이며 혹여 더러는 섬길 대상이 꼭 어버이냐고 할지도 모르나 이 셋에 ‘나(우리)’를 탄생케 한 홍은(鴻恩)일 뿐 아니라 낳고 기르며 깨우쳐 준 한 몸이라 교육에서도 어머니는 인간 최초의 스승이라 일컫지 않던가 하기에 인생은 결과보다 과정의 소중함을 강조해 온다.
흔히 생각을 넓힌답시고 마냥 높고 어질다는 것만을 쫓아 대상으로 앞세울 수 있을지 모르나 정작 직·간접의 거리 곧 가장 인간적인 도리인 은혜가 직접적이란 면을 예컨대 ‘몸이며 머릿털이며 살은 부모에게 받아온 것’이 효도의 비롯함이라고 일깨운 성현의 가르침이 효도의 경중 풀이에 도움이 되겠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안동 하회마을을 첫 방문지로 택한 것은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람이 지켜야 할 도(道)를 중국 철학사상 그 가운데서도 공자는 사람이 지켜야 할 인륜과 규범이라 설(設)하였으며 이어 인간의 인간됨도 효가 바탕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효를 백행의 원(源)이라 이르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정녕 효를 수신(修身)의 큰 덕행으로 삼아야 함은 부모의 사랑은 상대적이 아닌 절대적인 것(무조건적)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므로 부모를 공경하는 도리는 스스로 닦는 마땅한 보은의 선행이다.
이제 효의 실천이 가정교육은 물론 학교 또한 인성지도를 우선으로 운영, 가정과 하나가 되어 일상에서부터 결실을 볼 때 효 문화의 지평도 열리리라.
바라건대 꿈을 위해 열성을 다한 우리 아들과 딸들을 위해서는 사랑의 도우미로서의 부모 한편 사회 지도급도 실천으로 모범을 보일 때 나라 발전과 함께 빛이 될 것이다.
진실된 효도란 스스로 어버이를 공경하는 겸손의 덕행이다.

진창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