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나른한 토요일 오후다. 밖은 지구를 통째로 녹여버릴 듯 폭염이 강렬하다. 방에 누워 선풍기 바람을 쐬며 낮잠을 청해본다. 그런데 잠은 오지 않고 문득 사색의 향연에 빠져드는 것은 오랜 습관 때문일까?
  홀연히 떠오르는 사색의 주제가 바로 ‘행복’이란 단어였다. 행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불행한 사람과 불행하지 않은 사람, 행복의 가치기준은 무엇인가. 행복은 어디서 어떠한 경우에 오고, 또 떠나가는 것일까. 마침 편철해둔 신문 스크랩을 들추어 본다.
  행복에 대하여 수집한 많은 자료들을 넘겨본다. 사설이나 칼럼, 또는 가십란에 표현한 행복에 대한 주옥같은 글을 읽으면서도 이게 정말 행복의 내용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우리 사회에는 행복에 대한 수많은 문제들이 사회적 사건으로 일상화 되어 나타나고 있다. 오래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란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택한 어느 소녀의 죽음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그 소녀는 지금쯤 어느 공간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을까.
  행복(Happiness)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는 “복된 운수, 마음에 차지 않거나 모자라는 것이 없어 기쁘고 넉넉하고 푸근함, 또는 그런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푸근함’이라는 것은 ‘마음이 편안하다.’고 풀이하고 있는바 물질적인 면보다는 정신적인 면을 우선하는 상태가 바로 ‘행복’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다.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99%의 요소를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나머지 1%는 스스로 노력하여 채워가는 것이다. 99%의 잠재력은 1%의 노력에 의해서 깨어날 수도 있다.
  그런데 통상 사람들은 행복이 ‘물질의 만족에서 오는 정신적 부산물’로 생각하고 있다. 돈과 재산, 명예, 권력 등을 손에 쥐면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신의 황폐함을 무릅쓰고라도 물질을 얻고자 혈안이 되어 있다. 아니, 까놓고 얘기해서 돈을 벌기 위해 인생 전부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할 때 행복하지 못하면 부자가 되어도 불행하다.”는 말이 있다. 자동차 왕 핸리 포드는 “어떤 사람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 모두 맞다.”고 했다. 마음가짐은 지능지수나 능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 말은 자신에게 불행만 찾아온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좋은 일이 생겨도 기쁘게 받아드릴 줄 모르므로 결국 늘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뜻일 게다. 그렇다고 무엇을 먹고, 마시고, 즐긴다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는 열심히 살면, 바르게 살면, 힘을 얻으면, 돈이 많으면, 명예와 권력을 부리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성경 전도서를 보면 이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지식과 지혜도, 부와 권세도, 향락을 누려도 행복하지 않으며, 심지어 바르게 열심히 살아도, 현실에서는 모두 잘 되지도 바르게 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때로 잠깐 행복을 느낄 수 있으나 하늘 아래 어떤 사람도 지속적으로 행복을 누릴 수 없고 죽어서야 모든 것이 끝난다고 말한다. 즉, 죽음만이 공평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죽음이 곧 행복일까? 아니, 우리 몸에서 정신이 떠났는데 어떻게 행복을 느낄 것인가.
  우리는 모두 행복한가. 행복이라는 건 좋은 일이 있어 기분이 좋은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솟아나는 마음의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사실은 행복을 느끼는 정도는 꾸준한 연습에 의해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5분간이라도 의식적으로 행복을 느끼는 연습을 한다면 ‘어떠어떠한 이유로 행복하다’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행복한 기분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행복은 결코 세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행복은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입으로 말할 수 있는 것도, 두 귀로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밖에서 찾아지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행복이 뭐 별건가? 마음이 편하면 그게 바로 행복인거지. 때론 글 쓰는 문인과, 지인들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담소하는 게 행복이지. 그래서 별로 가진 것이 없는 나 같은 사람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신영규/전북문협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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