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이다. 7월부터 8월 중순까진 1년 중 가장 덥다는 삼복(三伏)의 달이다. 하지 후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 넷째 경일(庚日)을 중복, 입추(立秋) 후 첫 경일(庚日)을 말복이라 하여 이를 삼경일(三庚日), 혹은 삼복(三伏)이라 한다. 복날은 10일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린다. 그러나 해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복의 어원에 대해서는 신빙할만한 설이 없다. 다만 최남선의 조선상식(朝鮮常識)에 의하면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름은 자연이 깊은 초록을 뿜어내는 계절이다. 여름 패션도 밝고 경쾌한 초록빛을 발산하고 있다. 어둡고 탁한 초록이 아니다. 빛나는 나무, 탁 트인 잔디, 꽃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산뜻한 초록이다. 초록은 우리 눈을 맑게 하고 마음의 피로를 풀어준다. 회색빛 답답한 도시의 사람들에게 상쾌한 마음의 안식을 주는 것도 초록이고, 일에 찌든 이들에게는 정신적인 안식을 주는 것도 초록이다. 초록은 생명의 상징이요, 젊음의 기상이요, 청춘의 심벌이요, 환희의 표상이다. 빛깔 중에서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게 초록이다.
  여름은 태양의 계절이다. 특히 일 년 중 7월의 태양이 가장 뜨겁다. 태양은 영원히 타는 뜨거운 불덩어리다. 혹서(酷暑)와 폭염(暴炎)과 작열(灼熱)의 태양이 대지를 프라이팬으로 달군다. 뜨겁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것인가. 뜨거운 생명, 뜨거운 말씀, 뜨거운 피, 뜨거운 사랑, 뜨거운 정신 등 폭염이 있기에 오곡이 튼실하게 여물어가고 과일이 성숙한다.  
  여름은 젊음의 계절이다. 하얀 모래와 파도가 눈부시게 펼쳐진 전국 해변의 백사장과 강변은 젊은이들에겐 여름철 피서지의 메카일 것이다. 7-80년대에 해변과 강변으로 휴가를 떠나 놀아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잊지 못할 노래에 대한 추억 하나 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해변가요제와 강변가요제 때문이다.
  여름은 성장의 계절이다. 들녘에 나가면 검푸른 오곡이 마디를 더해가는 생명의 소리가 들린다. 산도 크고, 별도 크고, 강물도 커가는 여름은 잉태한 봄아씨의 자궁에 끝없이 영양물질을 수송하면서 만삭으로 불려가고 있다.
  여름은 바다의 계절이다. 바다는 위대하다.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아득한 수평선, 백사장에 와서 부서지는 흰 파도, 갈매기 떼가 오락가락하는 푸른 섬, 보기만 해도 시원한 파란 물결, 우리의 가슴을 풍족하게 적셔주는 시원한 바람. 바닷가에 가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예술가가 되고 철학자가 된다. 바다는 여름의 바다가 가장 멋이 있고 아름답다. 백사장의 하얀 은모래가 우리를 유혹한다. 거추장스러운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적라의 알몸이 되어 물위에 뜬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여름은 계곡의 계절이다. 울창한 숲이 우거진 계곡을 찾으면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에 취해 어느 덧 신선이 된다. 피서지로 계곡이 좋은 이유는 맑고, 깨끗하고, 차가운 물로 더위를 식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여름의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는 나무그늘과 정상에서부터 골짜기를 따라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은 일상의 찌든 마음까지도 씻어버린다.
  여름은 구름의 계절이다. 구름은 막히는 데가 없이 넓은 하늘에서 마음껏 조화를 부린다. 구름은 자유의 상징이요, 유연의 극치요, 무득자재(無得自在)의 화신이다. 산봉우리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흰 구름을 보라. 넓은 하늘에 둥둥 떠 있는 유연자재(悠然自在)의 흰 구름을 보라. 난데없이 소나기를 몰고 오는 검은 먹구름을 보라. 구름은 여름 구름이 가장 좋다. 그래서 도연명(陶淵明)은 ‘하운다기봉(夏雲多奇峰)’ 이라고 노래했다.
  산에 가면 바다가 그립고 바다에 가면 계곡이 생각나는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서 즐기는 해수욕, 숲 그늘 산바람에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정겨운 심산유곡, 그리고 맑고 깨끗한 호수, 이 모든 것들은 여름이 주는 선물이다. 이 위대한 여름이 있기에 인생도 성장하고 삶도 즐거워진다.


신영규/전북문협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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