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 제24교구 내장사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 수호의 숨은 공로자인 승병장 희묵스님과, 안의/손홍록 등 정읍 지역 충의사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뜻을 계승하기 위한 추모 다례재를 오는 22일 거행한다.

이들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실록을 내장산으로 이안하는데 있어서 커다란 역할을 했던 공로를 세웠으며, 불교계와 지역에서는 물론 사학계의 재조명이 필요한 이들이다.

특히 희묵스님은 임진왜란으로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던 어려운 시기에 승군의 지도자로서 국난극복에 앞장섰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을 왜적의 침탈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 전주 경기전(慶基殿)에서 내장산으로 옮길 때,  실록의 수호에 매우 큰 공을 세웠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희묵스님의 행적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전해지는 문헌자료들이 대부분 불교계의 공은 배제한 채 왕실과 지방 관청 중심으로 서술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나라의 위기 때마다 불교가 구국의 일선에 나섰던 것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몽골과 거란의 침입을 물리치고 민족의 자존심을 위해 대장경을 만들었고, 대몽항쟁을 펼친 삼별초의 일원으로도 활동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핍박을 받았지만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이 전국적으로 승군을 조직해 왜적에 대항했다. 그러나 생활과 정치 모두 유교가 기본인 시대였던 만큼 승군에 관한 기록은 극히 일부밖에 전하지 않는다. 이는 일종의 역사 왜곡이기도 하며, 그런 이유에서도 최근 내장사가 펼치는 고장의 문화와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한 고증작업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내장사는 이 다례재를 정례화 하여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희묵스님과, 안의/손홍록으로 대표되는 정읍 지역의 유생들의 행적을 추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호국정신을 더욱 기리는 한편,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의 재정비에 앞장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