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담기는 모든 소리, 손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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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숨 개관 10주년 기획 초대전으로 정소라 개인전이 11~23일까지 열린다.
작가에 따르면 모두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날 문득 듣지 못한다면? 보이지 않는다면? 손을 쓰지 못한다면. 나는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겠느냐는 생각에 잠긴 적이 있었다. 이번 작업은 3가지 조건 중 귀에 집중한 작업이다. 귀에 담기는 모든 소리를 가장 예리한 펜을 이용해 최대한 손끝으로 전달한다.
가만 보면 항상 귀가 심심했다. 눈, 손, 머릿속 뭐 하나 안 바쁜 곳이 없는데. 왜 귀가 한가하다 느꼈을까. 지독스러운 주인을 만났다. 일거리를 줘야겠다.
쓱 택배 박스 타일 긁는 소리가 반갑다.
드글 드글~ 냉장고인지 김치냉장고인지 분명 차가울 텐데 무언가 뜨겁게 끓고 있다.
낔-크 드그드그 이제 놀라지 않는다. 프린트기의 혼잣말.
퍽퍽퍽 휭. 제 몸을 희생시켜 힘껏 돌고 돌아 나에게 상쾌함을 선물할 기계들.
음악도 그냥 들어선 안 된다. 계절과 날씨에 맞게 또 상황과 스토리를 설정하고. 설렘으로 시작, 이별로 끝나는 음악 리스트 만든다. 장르도 클래식부터 국악, 록, 가요, 동요 가리지 않고 듣는다.
어떤 날은 무음 이어폰을 꽂고 공원 벤치에 앉아있던 적도 있었다.
톡톡. 가족보다 친구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검은 그림자. 그 안에서 세상을 분석하고, 소비하고, 지금을 듣는다.
선택적 듣기가 가능하다는 것과 소리에 예민하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생각해 보니 듣는 것에 약간의 까칠, 예민해진 것은 생존 문제였다. 30대 중반부터 10배 정도 청각이 발달 된 것 같다. 듣지 않으면 생명을 키워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아주 신비스러운 경험이다.
그래서였을까. 언제부턴가 자막을 켜고 TV나 미디어를 보는 것에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다. 본능적으로 귀에 피로감을 줄여주고 싶었달까. 적어도 눈은 닫아버리고, 손은 놔버리면 되니까.
고생한 나의 귀에 이 전시를 바친다.
한편 정소라 작가는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미술학과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베를린, 인천, 전주에서 10번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국내외 화랑 및 미술관에서 10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8년 전라청년미술상과 2015년 교동미술상을 수상했으며, 전북도립미술관, 전주시청, 교동미술관, 전주지방검찰청, 전주지방법원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장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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