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이 사건을 둘러싸고 청와대 내부에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음은 가관이고 볼썽사납다. 당사자인 윤씨는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을 텐데 구구절절이 변명만 늘어놓아 후안무치함을 드러냈다.
  윤 씨는 11일 수많은 기자들을 모아 놓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엉덩이를 쥐었다’가 아니라 ‘허리를 툭 쳤다’고 해명했고, ‘둘 만의 술자리에서의 추태’가 아니라 ‘운전기사까지 동석한 술자리’라고 해명했다. ‘여성 인턴 직원을 호텔방으로 불렀다’가 아니고 ‘아침에 모닝콜을 부탁했다’고 설명했고, ‘속 옷차림으로 방으로 들였다’가 아니라 ‘크게 화를 내 쫓아냈다’고 설명했다. 아마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적지 않은 국민들이 이를 믿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자회견 하루 뒤인 12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에서 밝힌 당초 윤 씨의 주장은 이와는 정반대다. 당시 조사에서 윤씨는 ‘허리’가 아니라 ‘엉덩이를 만졌다’고 시인한 것으로 되어 있다. 특히 인턴 여성이 호텔 방에 올라 왔을 당시 윤씨는 ‘노팬티’차림이었음을 시인한 것으로 되어 있다. 윤 씨의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성추행의 핵심 부분인 ‘엉덩이’와 ‘알몸’ 부분은 본인이 이미 시인했던 것이다. 청와대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마지막 기대가 무너지는 일이다.
  윤 씨는 사건이 있은 직 후 피해 여성이 경찰에 신고할 뜻을 비치자 혼자서 따로 귀국한 것으로 알져졌다. 이 과정에서 이남기 홍보수석이 윤 씨에게 ‘귀국을 종용했다, 또는 안 했다.’는 등 설전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불미스러운 일로 대변인이 경질된 것은 세계적으로 그 유례가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며 이는 국제적인 나라망신이다. 참으로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고위인사가 어처구니없는 처신으로 한 순간에 대한민국의 품위에 먹칠을 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을 외신들이 앞 다퉈 보도하고 있다는 데에 부끄러움은 더하다. 윤씨는 대통령수행이 아니라 술 마시러 미국에 갔는지 묻고 싶다. 어떻게 대통령을 수행한 청와대 고위층이 술 먹을 생각부터 했는지, 설령 누군가가 먹자 해도 뿌리쳐야 할 자리가 아닌가? 윤 씨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래놓고 비난 여론이 봇물을 이루자 기자회견을 자청, 자기 합리화에 연연하다니 한심한 일이다.
  이번 사건의 궁극적 책임은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윤 씨를 인수위 대변인에 이어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한 박 대통령에게 있다. 과연 윤 씨는 누구인가? 그는 언론인 출신이다. 코리아 타임스와 KBS 기자. 세계일보 정치부장과 문화일보 논설실장을 거쳐 인터넷 블로그 칼럼세상에서 보수논객으로 활동했다. 그랬던 그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과 함께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윤 씨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했을 때 야당은 그의 임명을 강력히 반대했다. 이유는 그의 사상이 ‘폴리널리스트’라는 지적이다. 폴리널리스트는 정치(politics)와 언론인(journalist)의 합성어로, 편향된 정치관에 젖어 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언론인을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이번 윤 씨의 성추행은 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린 치욕적인 사건이었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추문으로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고 국격은 크게 상처를 받았다. 그렇다면 윤 씨는 스스로 백배 사죄하고 사실과 다른 부분은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면서 밝히는 게 공직자의 도리다. 사건의 예방을 못한 것도 잘못이지만 사건 발생 이후 조속하게 매듭짓지 못한 청와대도 욕을 먹게 돼 있다. 나라에 큰 누를 끼친 죄인이 온갖 소리를 떠벌리게 놔 둔 것부터가 한참 잘못 됐다.
  이번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 그런 사람을 공직에 임명한 것이 자충수다. 책임자 처벌이 불가피하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실규명이고,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다. 필요하다면 윤 씨를 미국으로 보내 미 경찰의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한 사람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으니 나라망신도 이런 개망신은 없는 것 같다.


신영규//전북문협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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