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기자가 한국인의 성형열풍에 대하여 꼬집은 적이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한국인의 성형 열풍은 자기 확신이 부족한 사람이 다른 이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몸부림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못생긴 사람만 성형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잘 생긴 여자, 잘 생긴 남자도 성형수술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완벽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그만큼 강렬한 까닭이다.

한국사회는 언제부턴가 1등만이 평가를 받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최고의 학교와 최고의 직장을 선호한다. 그리고 그런 위치에 있음을 자랑으로 여긴다. 거기에다 스펙까지 화려하다면 금상첨화가 된다. 물론 그런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런 형편에 있지 못한 이들은 명품 가방을 걸치거나 명품 구두를 신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고 부러워 할 것으로 믿는다. 잘 나가는 것처럼 보여야 멋진 남자요 멋진 여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사람에게는 겉모습만 있는 게 아니다. 타인이 모르는 속모습도 있다. 남에게 이상적으로 보이기를 갈망한다면 그런 사람의 삶은 힘들 수밖에 없다. 속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막을 수 있는 강심장이라면 어떻게 버텨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강심장이 없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걱정하고 집착하는 것은 목마른 사람이 소금물을 들이키는 것과 같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건강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겉으로는 멋져보여도 속으로는 병든 사람이 많은 것이다. 자기 정체성이 결여된 채 타인의 삶을 사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진단이다. 속으로는 불행하다고 느끼면서도 안 그런 척 하는 사람들이 그 얼마나 많은가. 그것은 자기 최면이고 자기 중독이 아닐 수 없다.

자기 눈으로 자기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확인하려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자기 눈으로 자신을 확인해야 한다.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확인하려면 번거롭지만 자기의 눈으로 자기를 확인하는 것은 번거롭지가 않다. 그리고 많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거울만 갖고 있으면 되니까 말이다. 물론 조건이 있다. 그 거울은 속모습도 비추어 볼 수 있을 만큼 속이 깨끗한 내면의 거울이어야 한다.


/이희찬 논설위원

<Copyrightⓒ전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