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얼굴없는 천사'와 함께 따뜻한 겨울을
구제역의 여파로 도내 지역의 각종 연말연시 행사가 취소되고 있다.
구제역이 충북에까지 발생해 도내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북도와 일선 시군에서는 제야축제와 해넘이·해맞이 축제 등을 취소하기로 했다.
31일 밤 전주 풍남문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0 제야축제’와 ‘군산 새만금 해맞이행사’를 비롯 익산 ‘제야의 종소리’와 ‘곰개나루 해넘이행사’, 진안 ‘진안고원 해맞이 행사’, 고창 ‘구시포 해넘이 행사’, 임실 국사봉 해맞이축제, 무주 남대천 얼음축제 등이 볼수 없게 됐다.
겨울축제와 해넘이·해맞이 행사는 도내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동해안의 대표적인 해맞이 관광지인 강릉시는 정동진과 경포해변의 해돋이 축제를 전면 취소했고, 인접 시군들도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는 파주 임진각에서의 31일 '통일염원 제야행사'를, 전남 영암군은 전국 유일의 호수 해맞이 행사를 포기했다.
연말을 전후해 각종 행사에 참여를 계획했던 사람들은 그 어느해보다도 아쉽지만 조용하게 보내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운데 올해도 전주 노송동에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나 도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가 올까지 11년동안 해마다 몰래 놓고 간 불우이웃 돕기 성금은 2억원에 가깝다.
매년 전화 한 통으로 돈을 놓은 장소만 알려주는 나이도, 이름도, 직업도 모르는 이 천사는 선행의 규모가 2000년 58만4천원이 든 돼지저금통으로 시작해 올해는 3,584여만원에 이를 정도로 점차 증가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착해서인지 하는 일도 잘되는 모양이다.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숨은 뜻을 살리고 이같은 기부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송동 주민센터 일대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도로’로 정하고 지난 1월에는 ‘얼굴 없는 천사비’를 세웠다.
천사비를 보고 천사도로를 걷다보면 대부분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사회나 직장, 가정에 만족하지 못하고 남들보다 앞서나가려고만 한 자신이 주변에 대해 기여한 역할이 미미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연말이면 전주지역에서는 '얼굴없는 천사'의 등장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도 선행을 할것인가, 혹시 나타나지 않을까, 무슨 문제라도 발생한 것이 아니가, 나타나면 실체를 드러낼 것인가 등의 궁금증이 뒤따른다.
그는 이미 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 인사가 되어가고 있다.
기부는 왜 하게 되는 것일까?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기부하는 사람들은 가장 큰 이유를 '기부를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얼마전 10억원을 기부한 가수 김장훈 씨도 '얼굴없는 천사' 처럼 아파트 월세를 고집하면서도 지난 12년간 11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기부해왔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었기에 주위 어려운 사람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하고, 기부를 하면 행복하기 때문에 계속 기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씨가 기부한 금액은 왠만한 기업의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다.
원로배우 신영균 씨가 500억원을 기부했고, 가수 박상민 씨도 3년간 40여억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이처럼 유명인사나 연예인들의 선행이 늘어날수록 사회는 밝아진다.
이들을 본받으로는 계층이 늘어나고 주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제대로 잠못자며 시장통에서 음식점을 하는 K씨는 어느날 언론을 통해 어려운 생활을 하는 할머니가 거액을 학교재단에 기부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웃돕기에 동참하게 됐다.
그는 매월 적금을 하듯 자신의 가족 명의로 16만원씩의 기부금을 고향인 전주시의 한 봉사단체 통장에 입금시킨다.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와 같은 선행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드는 또 다른 천사들을 배출하게 될 것이다.
/부국장 김인식
<Copyrightⓒ전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