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돈과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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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성인 수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보다 재산이나 권력의 위력이 더 크다.’고 믿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아마도 돈과 권력을 소유하면 법의 준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 결과 법 앞의 평등과 정의의 실현은 그 생명력을 점차 잃어버리고 나중에는 법전 속에만 존재하는 장식물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법 또는 법조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법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를 위해서 법의 이념 또는 법의 존재목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플라톤은 “법의 이념은 정의를 원천으로 하는 도덕생활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으며, 루소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확보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것이 법의 존재목적”이라고 했다.
또 하나, ‘돈에 정의(正義)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 십중팔구는 ‘없다.’ 라고 말할 것이다. ‘돈에는 영혼이 없다.’, ‘돈은 사악하다.’는 인식이 강한 탓이다. 하지만 ‘정의’가 없는 것과 ‘정의롭게 다루지 않는 것’은 다르다. 즉 돈에도 분명 정의가 있지만 사람들이 돈을 정의롭게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정의가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정의(正義)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를 말한다. 즉 ‘법질서’와 같은 것이 정의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법’이란 무엇인가? 법은 사람이 자기의 의사에 따라 행동함에 있어 지켜야 할 준칙이다. 그런데 법에서 평등은 민주주의 사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다. 원래 법(法)이란 용어는 옛날 인도에서 사용한 것으로 인도사상의 주류인 우주법칙의 개념에서 유래, 곧고 바른 법칙을 의미한다. 즉 법(法)자는 수(水) 자에 거(去) 자를 더한 것으로서 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낮은 곳을 채워 형평을 이루듯 법은 일정한 원리에 따라 사람의 생활을 다룸으로써 형평과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흔히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2500년 전까지만 해도 이것은 진리가 아니었다. 중국 유교의 경전 예기(禮記)에는 “예의는 서인에까지 내려가지 않고, 법은 대부(귀족계급)위를 넘어설 수 없다(禮不下庶人 刑不上大夫)”는 말이 있다. 법에 따른 형벌은 서민들에게만 적용될 뿐 특권계층에게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차별적으로 적용되던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해진 것은 법치주의가 확립되고 난 뒤다. 대한민국 헌법 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못 박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 현실은 ‘신분에 따라 법 앞에 차별받는 주나라시대’에 가깝다.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정의로운 사회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올바로 분배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다.”
그렇다.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가 올바로 분배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다. 누구라도 권력에 눌리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기를 펴고 사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다. 우리 옆집 아저씨같이 힘이 없는 사람도, 자신의 정당한 몫을 공평하게 분배 받을 수 있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다.
그렇지만, 세상 살면서 지금까지 법과 원칙을 우리에게 강요한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이 없었다. 그런 사람일수록 법과 원칙을 자기 위주로 해석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법과 원칙을 강요했던 권력자가 비리로 구속되면 만인이 보는 앞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잡범의 사소한 범죄는 늘 엄벌에 처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순서가 되기를 기다리면, 어느새 빽과 줄이 동원되어 예사로이 새치기가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법과 원칙을 지키면 오히려 나만 손해라는 피해의식이 우리 가슴에 널리 퍼져있다. 그래서 별 죄의식도 없이 죄 짓는 남을 따라하게도 되고, 남도 다 하는데? 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정의를 원하지만 모두가 정의롭지는 못하다. 우리는 누구나 법과 원칙이 지켜지기를 바라지만, 그 법과 원칙이 나에게 적용되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이 땅에서 정의는 항상 잘난 사람들의 입에서 놀아난다.
신영규/전북수필 주간 겸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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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법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를 위해서 법의 이념 또는 법의 존재목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플라톤은 “법의 이념은 정의를 원천으로 하는 도덕생활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으며, 루소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확보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것이 법의 존재목적”이라고 했다.
또 하나, ‘돈에 정의(正義)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 십중팔구는 ‘없다.’ 라고 말할 것이다. ‘돈에는 영혼이 없다.’, ‘돈은 사악하다.’는 인식이 강한 탓이다. 하지만 ‘정의’가 없는 것과 ‘정의롭게 다루지 않는 것’은 다르다. 즉 돈에도 분명 정의가 있지만 사람들이 돈을 정의롭게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정의가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정의(正義)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를 말한다. 즉 ‘법질서’와 같은 것이 정의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법’이란 무엇인가? 법은 사람이 자기의 의사에 따라 행동함에 있어 지켜야 할 준칙이다. 그런데 법에서 평등은 민주주의 사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다. 원래 법(法)이란 용어는 옛날 인도에서 사용한 것으로 인도사상의 주류인 우주법칙의 개념에서 유래, 곧고 바른 법칙을 의미한다. 즉 법(法)자는 수(水) 자에 거(去) 자를 더한 것으로서 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낮은 곳을 채워 형평을 이루듯 법은 일정한 원리에 따라 사람의 생활을 다룸으로써 형평과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흔히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2500년 전까지만 해도 이것은 진리가 아니었다. 중국 유교의 경전 예기(禮記)에는 “예의는 서인에까지 내려가지 않고, 법은 대부(귀족계급)위를 넘어설 수 없다(禮不下庶人 刑不上大夫)”는 말이 있다. 법에 따른 형벌은 서민들에게만 적용될 뿐 특권계층에게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차별적으로 적용되던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해진 것은 법치주의가 확립되고 난 뒤다. 대한민국 헌법 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못 박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 현실은 ‘신분에 따라 법 앞에 차별받는 주나라시대’에 가깝다.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정의로운 사회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올바로 분배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다.”
그렇다.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가 올바로 분배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다. 누구라도 권력에 눌리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기를 펴고 사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다. 우리 옆집 아저씨같이 힘이 없는 사람도, 자신의 정당한 몫을 공평하게 분배 받을 수 있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다.
그렇지만, 세상 살면서 지금까지 법과 원칙을 우리에게 강요한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이 없었다. 그런 사람일수록 법과 원칙을 자기 위주로 해석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법과 원칙을 강요했던 권력자가 비리로 구속되면 만인이 보는 앞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잡범의 사소한 범죄는 늘 엄벌에 처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순서가 되기를 기다리면, 어느새 빽과 줄이 동원되어 예사로이 새치기가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법과 원칙을 지키면 오히려 나만 손해라는 피해의식이 우리 가슴에 널리 퍼져있다. 그래서 별 죄의식도 없이 죄 짓는 남을 따라하게도 되고, 남도 다 하는데? 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정의를 원하지만 모두가 정의롭지는 못하다. 우리는 누구나 법과 원칙이 지켜지기를 바라지만, 그 법과 원칙이 나에게 적용되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이 땅에서 정의는 항상 잘난 사람들의 입에서 놀아난다.
신영규/전북수필 주간 겸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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