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면서 뒤돌아보아 짚어지는 것이 있다. 2010 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연재해가 심했다는 기억이다. 지구가 이런저런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은 것이다. 지진과 홍수와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무려 25만 명이나 된다는 보도이다. 인류가 겪은 그간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넉넉히 짐작이 된다. 자연 재해는 이제 전쟁보다도 무서운 재앙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의 자연 재해는 미연방 재난관리청장의 표현대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야말로 “back_to_back”이었던 것이다. 연초에 아이티에서 지진이 발생해 22만여 명이 숨진 것을 필두로 칠레에서도 지진이 발생해 천 명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터키와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도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해 사람들을 충격 속에 빠뜨렸다. 아이슬란드 남쪽에서는 화산이 폭발, 화산재가 유럽의 하늘을 망쳐버려 여러 나라의 공항이 폐쇄되는 사태가 속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화산폭발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있었고 과테말라와 에콰도르와 콩고에서도 있었다.
@올 여름의 자연 재해도 기억에 길이 남을 재앙이다. 동토의 땅으로 불리어지는 러시아에 섭씨 43.8도라는 믿기지 않는 폭염이 있었다. 그 비슷한 시기에 파키스탄에서는 폭우가 쏟아져 대홍수가 발생했다. 그래서 두 나라에 엄청난 인명피해가 났는데 보도에 따르면 거의 1만7천 명에 달한다. 특히 파키스탄의 대홍수는 그 피해 지역이 16만 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데 한반도 남쪽을 온전히 덮고도 남을 면적이다. 그런데 홍수는 중국과 인도와 이탈리아와 콜롬비아에서도 있었다. 
@다른 나라들이 겪은 만큼은 아니지만 한반도에 기습한 자연재해도 길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4월 중순의 한파가 그렇고 태풍 곤파스가 할퀴고 간 피해가 그렇다. 그리고 추석 무렵 서울시 지역에 쏟아진 폭우도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이다. 엊그제 호남지역에 내린 폭설도 잊을 수 없는 기상사건인데 전주시민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40여 년만의 폭설이라는데 시내버스 기사들의 장기간 파업으로 새벽부터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 논설위원 이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