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비안도 주민들이 10년 째 뱃길이 끊겨 생활불편을 호소하고 있으나 가력선착장 점사용허가권을 가진 농림수산식품부는 정치권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 무소신 행정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18일 오전 군산시청 브리핑룸에서 비안도 주민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가력선착장 부지점용 허가를 더 이상 미룰시에는 비안도 주민 및 학생들의 등교 거부 및 비안도 관내 공무원들의 출퇴근 배편도 제공하지 않을 것 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더욱이 농식품부는 가력선착장 점용허가에 대한 부안 정치권의 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해 15분 밖에 소요되지 않는 가력항~비안도 도선운항을 외면한 채 50분에서 1시간 가량 소요되는 신시도~비안도 구간 운항을 군산시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무소신 논란이 일고 있다.

군산시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지난해 8월말 새만금 33센터에서 유관기관 관계자들로 구성된 ‘새만금 가력선착장 운영관리협의회’를 열어 비안도 주민들의 해상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 가력선착장 점사용승인 문제의 조속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때 새만금 행정구역 설정 등으로 첨예한 갈등을 보여온 부안군 등을 제외하고는 농어촌공사와 학계인사들도 도선운항의 시급성에 공감할 정도로 이 민원은 사실상 섬 주민들의 생계형 민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3개월여가 다 되도록 점사용허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민원처리를 지연시켜오다 급기야 당초 민원의 본질인 가력항~비안도 도선 운항이 아닌 신시도~비안도 구간의 도선 운항을 최근 군산시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행정구역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군산 비안도 주민들의 숙원인 가력항 점사용허가를 해줄 경우 농식품부가 부안 정치권, 특히 소관 상임위원인 김춘진(고창 부안) 국회의원의 지나친 눈치 보기 일환으로 이렇듯 궁색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군산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도선사업단을 구성해 뱃길을 열고자 하는 가력항~비안도 항로는 운항거리가 4.5㎞, 소요시간이 15분에 불과하지만, 농식품부가 제시한 신시도~비안도 항로는 거리만 15㎞, 50분~1시간이 소요돼 고비용, 시간낭비 등의 문제점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비안도 주민들의 도선운항 노력은 생활편의를 위한 생존권적 움직임인데 중앙부처가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정치적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신시도 항로를 제시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섬 주민들의 반발과 저항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비안도 주민 이장 김모 씨는 “농식품부의 신시도 항로 제시는 군산에서 서울을 갈 때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경상도를 돌아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주민들의 생활불편은 뒷전인 채 정치권 눈치만을 살피는 듯한 농식품부의 잘못된 판단에 실망스럽다”고 말했고, 농식품부 청사 앞에서 지난 14일부터 일인 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식품부의 이러한 민원처리 태도에 불만을 느낀 비안도 주민들은 농식품부 항의방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 집회 등을 검토하는 등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설 방침이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