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를 앙케이트로 조사했더니 ‘Mother(어머니)’가 뽑혔다고 한다. 두 번째 아름다운 영어단어는 ‘Passion(정열)’이었고, 세 번째는 ‘Smile(웃음)’, 네 번째는 ‘Love(사랑)’이 뽑혔으며, ‘아버지(Father)’는 열 번째도 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으로 보아 ‘여자는 연약하나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말이 실감난다.

  동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간밤에 헛간에 불이 나서 나가보니 수탉들은 다들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병아리를 품은 어미닭은 까맣게 타죽고 어미 품속의 병아리는 살아남았다. 어머니의 따뜻한 품, 어머니의 그 깊고 깊은 사랑을 무엇으로 측량할까? 동양이든 서양이든 ‘Mother(어머니)’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인가보다.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이다. 부모자식간의 사랑, 부부간의 사랑, 이웃 간에 사랑 등 사랑이 없는 곳에는 웃음과 행복이 없다. 이런 면을 고려할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가 아닐까?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남녀 간의 육체적 사랑으로 태어났다. 남녀가 사랑에 빠져 부부가 되고,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며, 아이가 자라 교육을 받고, 성년이 되는 인간 삶의 순환. 그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핵심에는 남녀의 로맨틱한 사랑이 있다. 남녀의 사랑이 없다면 삶의 순환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많은 문학작품, 시, 영화, 드라마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은 과학적으로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최근의 과학적 결과들은 뇌의 신경세포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호르몬 및 신경전달물질이 신경세포들과 복잡하게 상호작용해 인간의 감정을 조절한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전혀 로맨틱하지 않지만 사랑은 뇌에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조절되는 생화학 반응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톨스토이는 ‘사람은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했던가.

  또 쇼펜하우어는 사랑에 대해 “종족의 번식을 위해 개체의 자유를 희생시키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랑이 어리석은 짓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은 필요하겠지만, 사랑을 개체의 관점이 아닌 종족의 관점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사랑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쇼펜하우어는 남자는 여자의 눈짓 하나에도 그들 사이에 태어날 아이의 외모를 상상하게 되고, 여자는 남자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태어날 아이가 어떤 성격을 갖게 될 것인지를 짐작한다고 했다. 짧거나 혹은 긴 탐색을 통해 둘 사이의 결합이 진화적 다양성을 충족시킨다고 판단되면 그때부터 남자와 여자는 용광로와 같이 뜨거운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한다. 특별한 경우를 빼고, (예를 들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보통 사랑의 유통기한은 18개월에서 30개월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뇌에서 분비되는 사랑 호르몬은 30개월이면 고갈되는데 다른 이성을 만나면 다시 30개월 동안 분비된단다. 만약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별을 예감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게 되는 것일까? 사랑엔 나이도 없고 국경도 없다는데, 유통기한이라니…. 그렇게 뜨겁고 열정적일 것 같던 사랑도 일정 기한이 지나면 시들해지는 게 과연 사실일까? 물론 사랑은 언제나 그대로 주어지는 신의 선물이 아니다. 연애 시절 잠깐의 짜릿한 사랑을 결혼 내내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서로 더 노력하고 애쓸 때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게 사랑이다. 그러므로 사랑의 유통기한이란 건 사랑하는 사람끼리 만들어 가는 것이다. 즉, 사랑은 노력의 산물이다. 누구든 유통기한을 정해놓고 사랑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신영규/전북수필 주간 겸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