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에 얽매인 대선후보 TV토론

최종등록 12-12-10 16:31 최종수정 12-12-10 16:31

온라인이슈팀

가-
가+

제18대 대통령선거 첫 번째 TV토론이 지난 4일 밤 열렸다. 중앙선관위가 주최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간 3인 토론회였다. 토론 주제는 권력형 비리 근절 방


안과 대북정책, 한반도 주변국과의 외교정책 등 정치 외교 안보 분야였다. 하지만 진행방식이 잘못됐다는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여야 유력 후보 캠프는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이런 식의 토론이 무슨 소


용이 있느냐.’는 불만을 쏟아냈다. 유권자가 각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직접 보고 비교 검증할 수 있는


첫 마당이 ‘허탈하게’ 막을 내리면서다. 이는 TV토론의 취지를 못 따르는 후보자들의 토론 자세와 함께


지나치게 경직된 토론 진행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선 토론의 룰이 너무 형식에 치우쳐 실질적인 내용을 담아내지 못했다. 마치 꽉 막힌 하수도를 시원


스럽게 뚫지 못한 답답함이었다. 규정상 질문과 답변이 한차례씩으로 제한돼 있고 1차 질문만 받고 재질


문을 허용하지 않아 치열한 공방전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후보자가 각 분야의 정책과 공약을 유권자들에


게 알리고, 상대후보 공약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난상토론 형태가 절실하다. 질의-반론-재질의-재


반론 등 즉, 물고 물어뜯는, 쫒고 쫒기는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이 필요하다. 그래야 토론의 흥미와 묘미


가 있다.


  재질문 없는 토론 방식은 ‘안고 없는 찐빵’이다. 특히 한 후보가 동문서답식 답변을 하거나 자기 말


만 늘어놓아도 다른 쪽에서는 손쓸 틈이 없었다. 박 후보가 메모를 읽어도, 이 후보가 동문서답을 해도


그대로였다. 사회자는 제대로 된 토론을 유도하는 심판의 역할을 포기한 채 시간 끌기에 연연했다. 이대


로는 안 된다. 토론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물론 이번 토론이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박 후보가 수세에 몰리자 당황하고, 문


후보는 토론보다 이미지 관리에 주력하고, 이 후보는 인신공격에 주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누가 말을


바꾸고, 누가 우물거리며, 누가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는지 목도했다. TV토론은 과거와 같은 대규모 청


중 동원이 사라진 대선에서 다시 한 번 나름의 역할을 인정받았다.


  우리나라의 대선후보 TV토론 참석 자격으로 국회의석 5인 이상 정당 후보자, 직전 전국 선거에서 3% 이


상 득표한 정당 후보자,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자로 규정하고 있다. 셋 중 하나의 조건만 갖추면


된다. 이 기준에도 나름의 논리성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지율 40%대 후보와 1%도 채 안 되는 후보에게 똑같은 시간을 할애하는 토론방식은 문제가 있


다고 본다. 더구나 다자토론에서는 특정 주자가 포위공격을 당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이번에 그랬다. 진


중권 동양대 교수가 트위터에 “2차 토론에서 문 후보는 박 후보에 대한 공격을 아예 이 후보에게 맡기라


.”고 주문한 것도 균형감이 무너진 3자 토론의 폐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여론 조사 지지율 15% 이상인 후보에 한해서만 TV토론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미


국 대선의 ‘백미’로 불리는 TV토론은 전형적인 1대1 ‘맞짱토론’이다. 공화당대 민주당 양당체제가 굳


혀져 있는 가운데 토론 규칙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공격과 수비가 맞물리는 스포츠경기처럼 펼쳐진다.


아울러 토론 후 방송사가 즉시 가동하는 ‘팩트 체크’와 여론조사를 통해 두 후보의 발언을 검증하고 우


세 여부를 즉각 알 수 있다.
   이런 면을 고려할 때 우리도 법정 토론회와는 별도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의 양자토론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래서 양자토론을 활성화하고, 법정토론회도 양자토론 형식으로 바꿔야


마땅하다. 따라서 박-문 두 후보의 양자토론은 선거라는 축제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


리이자 서비스다. 박 후보 쪽은 정정당당히 양자토론에 임하길 바란다. 만약 이를 거절한다면 자신의 정


책 논리가 빈약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꼴이다. 


  민주주의는 그리스 아테네의 토론광장에서 시작됐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지구촌의 모든 나라들은 지


금도 토론을 통해 원칙을 결정한다. 토론문화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전제 조건이자 한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재는 바로미터다. 대선후보 TV토론 규정을 개선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영규/한국신문학 전북사무국장




<Copyrightⓒ전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보기
모바일메뉴 펼치기
주요 서비스 메뉴 닫기

검색하기

검색DB폼

메인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