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계집녀(女)를 쓴다. 계집녀는 좀 특이한 글자다. 사전적으로는 여자가 팔과 무릎을 굽히고 앉은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이다. 또 다른 설은 여자가 두 팔을 벌려 아이를 품에 안고 젖을 물리고 있는 형상이다. 혹자는 계집녀자 가운데가 비어 있어 속이 없는 모양이라고도 한다.

  좌우간 이 여자가 혼자 있을 때는 괜찮은데, 둘이 있을 때는 말다툼할 난(?)자가 되고 만다. 여자 둘이 모이면 허구한 날 싸운다는 뜻일까? 아마 사이가 안 좋은 고부간의 갈등을 연상해 볼 수도 있다. 헌데, 셋이 모였다하면 간사할 간(姦)이 되니 매우 위태롭기까지 하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도 간사할 간(姦)자에서 유래됐는지 모른다.

  옛 부터 여자로 태어나면 자식을 잉태하여 출산 후 그 아이를 품안에서 길러내어 잘 자라도록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여자는 본능적으로 돌보는 걸 잘 하도록 만들어져있다. 요즘은 남자들이 제 역할을 못하는 자가 더러 있어, 여자들이 경제를 책임지기도 한다. 이런 면을 고려하면 남녀의 역할이 애매모호하지만 여자는 여자 할 일이 따로 있고, 남자는 남자 할 일이 정해져 있어 기본적인 구도는 변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남자는 무엇인가. 사내남(男)자 안에는 남자에 대한 의미가 들어 있다. 이 사내남(男)자를 살펴보면 입구(口)안에 열십(十)자가 들어있는 형태와 그 밑에 힘력(力)자가 받치고 있다. 즉, 남자란 열개의 입을 바치고 버틸 힘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열 명의 식솔을 먹여 살릴 힘이 있어야 그것이 사내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열개의 입은 열 식구, 즉 가솔들을 말한다. 입을 받친다는 의미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이들을 능히 이끌고 나갈 힘, 즉 통솔력과 이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사내란 열 명의 가솔을 이끌어나갈 힘을 갖춰야 하며 통솔력과 함께 그들을 굶기지 않을 수 있는 능력(경제력)을 갖출 때 비로소 한 사람의 남자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사내란 남자의 일반가치 위에 그 이상의 품격과 정신의 성숙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소하고 하찮게 보이는 것들에도 관심과 따뜻한 시선을 보내야 한다. 무엇인가 완성을 위해 자신의 내면을 부단하게 갈고 닦고, 그러한 가치를 몸과 마음으로 체화시켜내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다시 여자 얘기를 해보자. 예전부터 여성은 남자의 가계를 잇기 위한 기능자로서 가치가 있었다. 종족보존이라는 천래적 타당성에 적절한 역할이다. 조상숭배는 모든 민족종교의 공통점이다. 부권 강화를 위한 이미지는 자연에서 빌려왔다. 즉 ‘하늘은 남자요, 땅은 여자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하늘을 우러러 숭배하고 땅을 하늘에 종속시킨 우주관에서 유래된다.
   대체 여자란 무엇인가? 공교롭게도 이 화두가 도올 김용옥 선생의 저서, <여자란 무엇인가.>와 일치한다. 잠깐 도올이 쓴 <여자란 무엇인가.>란 내용을 생각해보자.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여자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을 것이다. 나 또한 오래 전에 흥미를 갖고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은 적이 있다. 책은 일종의 논문으로 인간의 기원과 남녀의 인체를 발가벗긴다. 육두문자도 섞여있다. 아마도 난 이 책을 세 번 정도 읽었을 것이다. 책을 읽지 않고선 도올의 진면목을 알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섹시한 제목과 별개로 ‘여자’는 동양철학의 진수에 단도직입한다. 여자를 바라보는 동서양적 시각을 대비시키면서 여자 문제는 곧 남자 문제이며, <여자란 무엇인가.>는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으로 환원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것은 철학 본연의 중심 과제인 것이다.

  도올은 말한다. “여자의 문제는 곧 남자의 문제이다. 여자의 해방은 곧 남자의 해방을 뜻한다. 여자는 남자를 통해서 자기의 모습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 반면 남자는 여자를 통해서 자기의 모습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 소외와 합일의 관계를 유지한다. 남녀는 서로를 소외시키면서도 서로를 부정할 수 없는 운명에 놓인 상보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전자에서 열거한 도올의 이론에 공감한다. 가정은 남녀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가 함께 공생하는 것, 이것이 음양의 조화가 아닐까?


신영규/한국신문학 전북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