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식물이고, 둘째는 동물이다. 셋째는 특이한 광물이거나 암석이거나 동굴이다. 그리고 넷째는 희귀한 식물이나 동물이 서식하는 일정한 지역이나 수역, 또는 특이한 자연광물이 있는 일정한 지역이다. 오늘은 지면 관계상 식물과 관련된 천연기념물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한국의 천연기념물 1호는 대구광역시에 있다. 평소에 관심이 있어서 잘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도동의 바위 절벽에 있는 측백나무 숲이 아니냐고 반문해올 것이다. 그렇다. 도동의 바위 절벽에서 사철 푸른 측백나무들이 한국 최초의 천연기념물이다. 도동 바위 절벽의 측백나무 숲이 천연기념물 1호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위태로운 모습으로 힘들게 살고 있대서가 아니다.

중국 사람들은 측백나무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그들은 자기 나라가 측백나무의 원산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도동의 바위 절벽에 있는 측백나무들은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측백나무가 자생하고 있었다는 증거로서 자기들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도동의 측백나무들은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의 식물주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천연기념물 지정 및 보호는 일제강점기부터 있었다. 조선총독부가 ‘조선 보물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 보호령’을 공포했던 것이다. 그 후 박정희 군사 정부 때인 1962년에 ‘문화재 보호법’이 제정됐는데 그때 98점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천연기념물의 수가 늘어나 바로 며칠 전인 2010년 12월 1일에는 519호까지 지정됐다.

동물이나 식물의 경우 멸종되거나 죽으면 천연기념물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래서 나는 늘 전주시 삼천동의 곰솔이 아슬아슬하다. 지금은 볼품이 많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살아서 천연기념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고 아들 소나무들도 옆에서 푸르고 싱싱하게 커가고 있으니 불행 중에서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논설위원 이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