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국회의원과 어느 장관이 말싸움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보았다. 의

원이 장관의 개인적인 문제를 끄집어내어 질문을 하자 장관은 성난 얼굴로 업무와 관련이 없으므로 대

답하지 않겠다고 했고!

 화가난 의원이 다시 공격하자 장관은 당신이나 잘하라고 맞받아치는 게 아닌가? 두 사람의 험악한 표

정과 함부로 내뱉는 말에 적개심이 느껴졌다. 갈데까지 가 보자는 식의 독하고. 여유없는 태도를 보면

서 가슴이 답답해 졌다.

 이런 답답함은 재판을 하면서도 종종 느낀다. 어느 명문가 자녀들의 상속을 둘러싼 재판이 있었다. 재

판 과정에서 가족의 수치스러운 과거가 들어나고 형제들이 원수로 변해 가는데도 이들은 어느 한쪽도

결코 양보 하려고 하지 않았다. 재벌 명문가란 세평이 부꾸러울 정도로 상대방을 비난 하기에 바빴다.

 이전 같으면 조금씩 양보해 스스로 해결했을 분쟁이 소송으로 제기되는 경우가 늘었다. 한차레 재판에

서 이겼는데도 돈을 더 받기위해 종전 재판의 증인을 위증죄로 고소하며 새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

상점직원의 사소한 실수를 빌미로 고객의 권리를 행사한다면서 큰돈을 요구하며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

박하며 큰소리 치는 사람도 있었다.

 법적으로야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행위 이지만. 요사이 우리 사회에는 자기 힘. 자기 주장. 자기 욕

심을 남김없이 드러내는 자기 중심적인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그들은 자기 능력을 훨씬 넘어서 허세

를 부리며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들에게는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새로운 생각을 받

아들일 여백이 전혀 없다. 이런 사람은 향기가 전연 나지않는다.

 드물지만 반대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있다. 스스로 자기를 낮추어 가진 힘의 일부만 쓰고. 아는 것도

일부는 모르는체 하고. 얻을 수 있는 것도 다 구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

으며 마음을 비우는 즉. 허(虛)의 분위기를 갖고 있다. 이는 인간의 부족함과 어둠을 이해하는 겸손함

에서 비롯된 것 같다. 이들은 만날수록 은근한 매력과 감화를 준다.

 어느 학자는 주역을 강해(講解)하면서 “70%의 자리” 를 자기에게 가장 어울리는 “득위(得位)의 자

리” 라고 강조했다. 사람이 가진 능력이 100 이라면 70 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

다는 것이다. 30 정도 여유가 있어야 여기에서 창조와 예술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여유가 없

으면 자유와 기쁨이 없는 눌린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주역은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앞으로 나가

는 밑거름 이라고 했다. 한 걸음 물러서면 하늘이 넓어진다” 고 가르친다. “길이 좁으면 한 걸음 늦

추어 남들과 함께 가고. 맛 좋은 음식이 있으면 삼할 을 남겨 같이 먹으라” 고 한다.

 이에 관하여 어느 고매(高邁)한 스님은 “네가지 가르침 즉 법연사계(法演四戒 )”를 주었다.

 “첫째” 세불가사진(勢不可使盡) 주어진 힘을 다 쓰지 말라. 만일 힘을 다 쓰면 반드시 화가 생긴다.

“둘째” 복불가수진(福不可受盡) 하늘이 내린 복을 다 받지 말라 만일 복을 다 받으면 반드시 궁하게

된다. “셋째” 규구불가행진(規矩不可行盡) 규율을 다 지키지 말라 모든 규율을 지키라고 강요하면 반

드시 번거롭게 여기게 된다. “넷째” 호어불가설진(好語不可說盡) 좋은 말도 다 하지말라 좋은말을 다

하면 반드시 그 말을 소홀히 여기게 된다는 명언이다.

 인간의 삶을 이루는 힘. 복. 행동. 말. 이 네가지를 다룰 때 일정 부분을 반드시 남겨 놓으라는 것이

다. 자기안에 비어있는 곳(虛)이 있어야 참 생명이 싹트고 보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내면의 이런

빈곳이 야말로 자아 성장에 꼭 필요한 자유와 독립과 통일의 못자리가 된다고 하였다. 자기 욕심으로

가득찬 우리의 성마른 내면과 얼마나 다른가! 지금부터 자기 힘은 70%만 쓰고. 아는 것은 70%만 말하고

. 자기 욕심은 70%만 구하는 생활을 해 보자. 30%의 비움이 행복을 얻는 비밀일것이리라......        

 

허성배/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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