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구름처럼 문장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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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입술은 바싹바싹
타들어 가 사막이 되고
짧은 입과 코 사이로
익숙한 냄새가 자극한다
달곰함도
고소함도 아니다
그냥,
아메리카노 냄새만 가득하다
무심한 듯 다가온
자음+모음=구름처럼 문장이 되어
김칫국 마시듯
저만치 장원급제하고
살랑살랑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시(詩)를 담다‖
바람이 차다. 그렇지만 나쁘지는 않다. 때론, 뒤집어쓴 빵 모자를 벗어 던져 버리고 싶다. 한참을 걷다가 작은 의자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때, 내 볼을 스치고 지나간 녀석이 바람이다. 그 녀석을 따라가며 지나온 시간을 돌아다본다.
삶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다. 그 삶에는 /입술은 바싹바싹/ 타들어 가 사막이/되어, /짧은 입과 코 사이로/익숙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행복을 누릴 수도 있다. 비록 /달곰함도/고소함도 아니/어도 좋다. /그냥,/아메리카노 냄새만 가득한/ 공간이면 족하다.
시인의 마을에 찾아온 글쓰기 중독은 아메리카노보다 강력하다. /무심한 듯 다가온/자음+모음=구름 되어/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김칫국 마시듯/저만치 장원급제하/다 보니, 허무함으로 중독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바람이 차다. 그렇지만 나쁘지는 않다. 구름처럼 문장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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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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