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범 시인 ‘기다림’ 전문-

어린 시절, 30분에 한 번 마을 정류장엔 버스가 오고 갔다. 어쩌면, 나에게 ‘기다림’의 시작은 그때부터였는지 모른다. 신작로(新作路)라 일컫는 비포장도로에는 하루에 몇 번 자그마한 차가 지나가는 정도였다. 그럴 때면, 신작로는 거대한 먼지구름을 잔치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이보다 지독했으랴. 걸어 다니는 일이 다반사였던 시절, 뿌연 먼지 속을 치열한 숨 고르기로 참아냈다.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버스 간이정류장은 이런저런 사연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사랑방이다. 그 사랑방의 온정이 기다려지는 것은 추운 날씨 탓만이 아닐 것이다. 12월의 끝자락이다. 붕어빵을 닮은 꼬꼬마 친구가 손에 꼽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경남이가 기다림의 중심에 있다. 보고 싶다. 경남아,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오늘도 기다림으로 하루가 간다.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