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고구마를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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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에게는 추억의 한 장면으로 친숙하다
또, 어떤 이에게는 목숨을 연명하는 밥이다
누군가에게는 먹거리로 여유 있는 심심풀이 간식이다
그렇게 물컹물컹 사원 짭짤 달콤한 동치미 한 사발이다
호박과 자색 고구마가 절친의 손에서 내게 오던 날
또르르 주르르 턱 밑에 흐르는 이름 모를 영농조합법인
농부의 웃음이 가득한 호박고구마 마크에 흐뭇한 미소는
하루의 끝을 살아내는 민초의 한 방울 땀보다 소중한 가족이다
창밖으로 나리는 포근한 눈이 추억의 강이 되는 기나긴 겨울밤이다
가녀린 호롱불과 붉은 화로는 서로를 지키는 따뜻함이 된다
담배 연기 가득 헛기침을 토해내던 아랫목 온기가 따스하다
꺼질 듯 꺼지지 않는 초가집 안방에는 붉은 산수유처럼
밤고구마 냄새만이 밤하늘에 넘실대는 추억의 한 장면이다
-박여범 시인 ‘고구마를 먹으며’ 전문-
‖시詩를 담다‖
겨울이면 더욱 생각나게 하는 간식은 고구마가 최고다. 냉장고를 열어 보자. 그리고 김장 김치를 한 포기 쭉쭉 찢어 보자. 지저분하고, 예쁘지 않으면 어떤가? 거기다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고구마에 김치 한 가닥을 올리자. 군침이 돈다. 먼저, 입 운동을 하자. 이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흥이 나면, 고구마를 한입 물어보자. 그리고 여유롭게 사진이나 영상기록을 남겨보자. 생각만 해도 꿀 떨어지는 아름다운 일상의 각인가?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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