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손이 왼손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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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래설화(傳來說話)인 심청전을 보면 딸 청(淸)이가 봉사인 아버지도 모르게 인당수(印塘水)에 몸을 던져 결국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청이의 효심(孝心)을 높이 칭찬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청이가 아버지도 모르게 투신(投身)했다는 사실은 별로 거론하는 사람이 적은듯 하다.
그러나 그의 효심 중에 참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대목은 아버지 몰래 자신의 몸을 던져 아버지를 어둠에서 구하고자 했다는 은밀한 희생정신이다. 옛글에도 시은물구보?여인물추회(施恩勿求報?與人勿追悔)란 구절이 있다. "남에게 은혜를 베풀어도 그 보답을 구하지 말고 남에게 무언가를 주었어도 뒤에 후회하지 마라"라는 뜻이다.
또 우리 속담에 '왼손이 하는 일을 바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표현도 있다. 모두가 뭔가를 베풀되 굳이 알게 베풀 것이 아니고 또 설사 어쩌다 상대방이 안다손 치더라도 그 반대급부(反對給付)를 기대하거나 바라지 말라는 경구(警句)들이라 하겠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뭔가를 남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부모를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부모가 우리를 길러주고 가르쳐 주신 은덕을 지녔기 때문이고 우리 스승을 존경하는 것도 스승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풀어 준 사실 자체를 너무 과장 하거나 강조하는 부모나 스승이 있다면 그 분들의 격(格)이 한결 낮아진다는 것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도대체 내가 너희들에게 아무것도 해준 바가 없구나' 하고 안타까워하는 부모나 '말만 스승이었지 뭐 가르쳐준 게 없구나' 하는 선생님을 만나면 우리는 더욱 그 은혜가 커 보이고 고마운 것도 사실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보시(布施)의 개념도 이와 대동소이한 것으로 안다. 보시란 기쁜 마음(歡喜心)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베푸는 것이지 거기에 추호도 뭔가를 노리거나 혹은 마음에 그늘이 생긴다면 올바른 보시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단돈 기천원을 보시해도 어두운 마음에서 마지못해 했다면 그것은 진정한 보시가 아니고 가령 거금의 보시를 했다해도 기꺼운 마음으로 아무 그늘 없이 희사(喜捨)했다면 그것이 곧 참다운 보시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는 남에게 다소의 편의나 은혜를 베풀고 나면 꼭 그 대가를 기대하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 가령 친구사이에도 술을 한잔 사고 나면 은근히 저 친구는 언제쯤 술빚을 갚을까 하고 기다린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친구란 술 한 잔 얻어 마셨어도 그리 미안하지 않고 그와 반대로 술 한 잔 톡톡히 대접을 했어도 그 맘이 그리 짠한 것이 없는 사이. 이런 사이가 진정한 친구의 사이다.
친구란 반드시 1:1 혹은 3;3으로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라 그리 형편이 닿은 대로 기분이 내키는 대로 들쭉 날쭉하게 주고받는 그런 비 산술적인 사이가 진정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상대방 에게서 보답이나 인사가 늦어지면 '그놈이 그때 누구 때문에 그만큼 됐는데 아직 아무 소식이 없나?' 하고 오해 하거나 매도 하기가 일수다.
어떤 반대 급부나 대가를 바라면서 베푸는 은혜는 엄밀한 의미에서 은혜가 아니라 거래(去來)에 불과하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간적인 정분에서 은혜를 주고받을 때는 서로 신뢰가 가고 고맙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거래를 하고나면 꼭 상행위를 하고난 뒤처럼 개운치 못한 게 사실이다. 불경에도 응무소주이 생기심(應無所住而 生其心)이란 대목이 있다.
'아무 집착함이 없이 그 마음을 내라' 는 뜻이다. 누구에게 뭔가를 베풀고자 할 때는 머무르는 바가 없이 '걸림이 없이' 그 마음을 내어 상대방을 도와주자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왼손이 하는 일을 모르기는커녕 바른 손이 왼손을 따라 다니면서 어떻게 하는가를 확인도 하고 심지어는 못하도록 막기도 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요 얼마전 평생을 전주 남부시장에서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좌판행상을 하며 모은 돈을 고아원이나 양로원 혹은 육영사업에 써 달라고 전북대학교에 사재 3억 5천만원 상당을 통털어 장학금으로 기증한 최금순(94세) 할머니 (지금은 고인이 되었음) 같은 훌륭한 분이 있는가 하면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익명으로 10여년간 넉넉지도 못한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후학들을 위해 남몰래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돈을 각학교 교장에게 기탁한 훌륭한 사람 (K모씨 전 언론 중재위원이며 현재 칠요회 회장)도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뜻있는 사람들의 훈훈한 바른손의 시혜의 손길은 우리가 가장 존경하고 고마워 해야 할 사회의 구감(龜鑑)인 것이다. 1일1선(善)이란 말이 있다. 아주 조그마한 선행이라도 좋으니 누구나 하루에 한 가지 일이라도 남모르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지혜화 덕행을 구정을 전후하여 실천에 옮겼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허성배/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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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효심 중에 참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대목은 아버지 몰래 자신의 몸을 던져 아버지를 어둠에서 구하고자 했다는 은밀한 희생정신이다. 옛글에도 시은물구보?여인물추회(施恩勿求報?與人勿追悔)란 구절이 있다. "남에게 은혜를 베풀어도 그 보답을 구하지 말고 남에게 무언가를 주었어도 뒤에 후회하지 마라"라는 뜻이다.
또 우리 속담에 '왼손이 하는 일을 바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표현도 있다. 모두가 뭔가를 베풀되 굳이 알게 베풀 것이 아니고 또 설사 어쩌다 상대방이 안다손 치더라도 그 반대급부(反對給付)를 기대하거나 바라지 말라는 경구(警句)들이라 하겠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뭔가를 남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부모를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부모가 우리를 길러주고 가르쳐 주신 은덕을 지녔기 때문이고 우리 스승을 존경하는 것도 스승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풀어 준 사실 자체를 너무 과장 하거나 강조하는 부모나 스승이 있다면 그 분들의 격(格)이 한결 낮아진다는 것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도대체 내가 너희들에게 아무것도 해준 바가 없구나' 하고 안타까워하는 부모나 '말만 스승이었지 뭐 가르쳐준 게 없구나' 하는 선생님을 만나면 우리는 더욱 그 은혜가 커 보이고 고마운 것도 사실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보시(布施)의 개념도 이와 대동소이한 것으로 안다. 보시란 기쁜 마음(歡喜心)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베푸는 것이지 거기에 추호도 뭔가를 노리거나 혹은 마음에 그늘이 생긴다면 올바른 보시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단돈 기천원을 보시해도 어두운 마음에서 마지못해 했다면 그것은 진정한 보시가 아니고 가령 거금의 보시를 했다해도 기꺼운 마음으로 아무 그늘 없이 희사(喜捨)했다면 그것이 곧 참다운 보시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는 남에게 다소의 편의나 은혜를 베풀고 나면 꼭 그 대가를 기대하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 가령 친구사이에도 술을 한잔 사고 나면 은근히 저 친구는 언제쯤 술빚을 갚을까 하고 기다린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친구란 술 한 잔 얻어 마셨어도 그리 미안하지 않고 그와 반대로 술 한 잔 톡톡히 대접을 했어도 그 맘이 그리 짠한 것이 없는 사이. 이런 사이가 진정한 친구의 사이다.
친구란 반드시 1:1 혹은 3;3으로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라 그리 형편이 닿은 대로 기분이 내키는 대로 들쭉 날쭉하게 주고받는 그런 비 산술적인 사이가 진정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상대방 에게서 보답이나 인사가 늦어지면 '그놈이 그때 누구 때문에 그만큼 됐는데 아직 아무 소식이 없나?' 하고 오해 하거나 매도 하기가 일수다.
어떤 반대 급부나 대가를 바라면서 베푸는 은혜는 엄밀한 의미에서 은혜가 아니라 거래(去來)에 불과하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간적인 정분에서 은혜를 주고받을 때는 서로 신뢰가 가고 고맙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거래를 하고나면 꼭 상행위를 하고난 뒤처럼 개운치 못한 게 사실이다. 불경에도 응무소주이 생기심(應無所住而 生其心)이란 대목이 있다.
'아무 집착함이 없이 그 마음을 내라' 는 뜻이다. 누구에게 뭔가를 베풀고자 할 때는 머무르는 바가 없이 '걸림이 없이' 그 마음을 내어 상대방을 도와주자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왼손이 하는 일을 모르기는커녕 바른 손이 왼손을 따라 다니면서 어떻게 하는가를 확인도 하고 심지어는 못하도록 막기도 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요 얼마전 평생을 전주 남부시장에서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좌판행상을 하며 모은 돈을 고아원이나 양로원 혹은 육영사업에 써 달라고 전북대학교에 사재 3억 5천만원 상당을 통털어 장학금으로 기증한 최금순(94세) 할머니 (지금은 고인이 되었음) 같은 훌륭한 분이 있는가 하면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익명으로 10여년간 넉넉지도 못한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후학들을 위해 남몰래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돈을 각학교 교장에게 기탁한 훌륭한 사람 (K모씨 전 언론 중재위원이며 현재 칠요회 회장)도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뜻있는 사람들의 훈훈한 바른손의 시혜의 손길은 우리가 가장 존경하고 고마워 해야 할 사회의 구감(龜鑑)인 것이다. 1일1선(善)이란 말이 있다. 아주 조그마한 선행이라도 좋으니 누구나 하루에 한 가지 일이라도 남모르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지혜화 덕행을 구정을 전후하여 실천에 옮겼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허성배/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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