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그리고 정성 들여 햇빛 잘 드는 곳에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무덤 앞에는 십자가를 세워두었다. 지나가는 길마다 개구리, 잠자리, 메뚜기 등을 잡아 까치를 향한 우리의 마음을 전하곤 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엉뚱하고 생뚱맞은 행동이었다. 그렇지만, 가끔 만나는 친구들과의 대화는 이 까치 무덤으로 인해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미소의 시간이 된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할머니 죽음과 까치에 대한 아버지의 원망은 아직도 생생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아침이었다. 그날, 고향 집 대문에는 까치가 아닌 까마귀 한 마리가 깍 소리를 내지르고는 날아가 버렸다. 이 까마귀가 날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들에서 부모님이 돌아오셨다. 그리고 황급한 아버지의 목소리에 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까치와 까마귀는 이렇게 어린 시절의 나를 혼란의 무대로 이끌었다. 

이처럼, 까치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출근할 때마다, 차에서 내리는 나를 향해 울어주는 까치가 반갑고 정겹다. 반면 그 누군가에게는 나름, 이 아름다워야 할 소리가 소음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남긴다. 그런데도 나는 까치의 반가운 인사가 좋다. 

오늘 나에게 다가올 일 중에는 좋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기억 속의 부모님처럼 까치는 좋은 일을 전해주는 내 친구로 기억하고 싶다. 오늘도 까치가 앞서 날아오른다. 그러면서 깍, 깎을 연거푸 내지른다. 나는 거기를 향해 손을 들어 고맙다고 인사를 전한다. 

-깍, 깍, 반갑고 고맙다. 

-즐거운 하루 되거라. 

-그리고 또 만나자. 

-입으로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끝>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