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온 지인이 아니더라도 반갑지 않은 것은 없다 / 누구에게는 지음이나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 혹자에게는 부모님이나 가족, 일가 친족일 수 있다 / 언제부터인가 정확하지는 않다 / 산책길에 졸졸 따라다니며 정신없이 울어대던 까치가 바로, 그중의 하나다 

반가운디 반갑지 않은 불편한 동거의 거그가 있다 / 거그 때문에 아침 운동이 불편해진 지 오래다 / 그래서인지 말할 수는 없지만, 거그가 다가오는 것이 싫다 / 거그의 지저귀는 소리는 데시벨을 넘은 소음이 된 지 오래다 / 오늘은 마음을 먹었다 / 더 이상 트라우마로 발전하는 자아가 용서치 못한다 / 꼭, 거그에게 오늘만은 담아둔 이야기를 전달하려 했다 / 제발, 제발, 때를 가려 짖어대라고 간절하게 말이다 / 덤으로, 불편한 속마음을 한바탕 퍼붓고 싶었다 

그런디, 사회적 지위(social position)라는 것 때문일까 / 모든 것을 가슴에 품고 오늘도 걷기에만 집중해야 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며 애써 태연한 척했다

혹여, 지나가던 강아지가 / 혹시나, 귀가 열린 세상에 알 수 없는 그 누군가 들을까 봐 / 조용조용 입 안을 맴도는 욕지거리를 애써 보듬는다

입안에서 얼마나 맴돌고 맴돌았는지 모른다 / 그런데 웬걸 까치란 놈이 눈치도 없다 / 듣는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머리 위를 이리저리 날갯짓하며 / 더 큰 소리로 깍 깍 소리로 놀려대기 바쁘다 / 순간, 까치가 신성하다고, 좋은 소식만 전해준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 / 거리두기가 아닌 거그와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 서로 인정하기 어려워 목소리 내기에만 급급하다

저렇게 맹한 것이 까치라는 사실에 눈을 의심했다

-저그 새였지,그럼 나도 새가 되어야 대화가 되는 거잖아

-아니지, 저그는 새, 나는 사람인디, 설마 

의문에 의문이 커진다 / 답이 없다 / 미친 척 운동화 끈을 조여 매다가 거그와 눈이 마주쳤다 / 거그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아닐까 / 그 순간 생각의 각에는 욕만 하려 했던 초라한 그림자만 보인다 / 대화가 필요한 이 시대에 눈과 귀를 막고 살아 온 나였다 / 까치처럼, 새대가리가 된 모양새다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해도 이미 지나간 시간이다 / 이처럼, 반갑지 않은 것이 없다 / 산책길에 울어대며 사람에게 복과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는 거그 / 거그가 그립다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시간의 연속이다

새가 되는 방법이 없을까 / 언제쯤 나의 어깨가 근질근질하며 날개가 솟아날까 / 생각에 생각을 더하고 고민에 고민을 더하여 자료를 찾아본다 / 고로, 내가 까치가 되어 거그의 언어를 배워야 할 것 같다 / 반갑지 않은 것은 없다 / 산책길에 정신없이 울어대던 까치란 거그처럼 말이다

-박여범, 반갑지 않은 것은 없다, 전문-

(시 詩를 담다)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보낸 나에게는 까치와 관련한 가물가물한 기억이 남아 있다. 그중에 하나는 친구들과 학교에 가던 중 만난 까치의 사체였다. 신성한 길조로 교육받아온 나와 친구들은 까치의 사체를 거두었다.  <2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