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는 ‘보통 사람들보다 어리석고 멍청한 데가 있다’는 의미다. ‘-스레’는 일부 어근 뒤에 붙어, ‘그러한 성질이나 느낌이 있는 상태로’의 뜻을 더하여 부사를 만드는 말이다. ‘아저씨는 하나 있는 아들이 바보여서 평생을 눈물로 살아왔다.’ 여기에서 ‘바보’는 ‘지능이 부족하고 어리석어서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 ‘어리석고 못나게 구는 사람을 얕잡거나 비난하여 이르는 말’이다. 

‘바보처럼 굴다’, ‘너를 믿은 내가 바보지’, 유의어로는 ‘등신’(等神), ‘맹꽁이’, ‘맹추’, ‘머저리’, ‘먹통’, ‘멍청이’, ‘백치’(白痴), ‘얼간이’, ‘천치’(天癡)가 있다. ‘날 때부터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말로는 ‘바보는 약으로 못 고친다’가 있다. 

날 때부터 어리석은 사람의 기준은 누가 만들었는가, 그리고, 그 기준이 다 옳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저마다의 기준의 해석은 다양하다. 물론, 오랜 기간 축척된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낸 결과이기에 무시할 수도 없는 데이터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 있다. 그것은 바로 현실이 ‘바보스레’를 원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사람이 ‘바보스레’가 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바보스레’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왜냐하면, ‘시키는 것만 하면’ 된다. 시각을 달리해서 바라보면, 현대인이 원하는 ‘단순한 삶’의 기본형태가 ‘바보스레’가 아닐까 한다.

이 얼마나 단순하고 명쾌한 결론인가. 시키는 것만 하고, 나머지 자유 시간을 ‘천재스레’로 살면 된다. 참으로 지혜롭고 현실적인 삶의 대처방안이다. 그러나 어딘가 허전하고 씁쓸하게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알고도 모르는 척 해주어야 하는 상황이 산재한 현실이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그 굴레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개인의 문제에서부터 가족의 문제, 직장의 문제까지 정말 선의의 거짓말이 많은 부분을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세속적으로 물들어가는 내 자아를 바라보는 심정은 씁쓸하기만 하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나의 선의의 거짓말로 인해 그나마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부터인가 ‘바보스레’가 되어 살고 있다. 씁쓸한 현실이다.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